[박철근의 스마트學] "KT, 비상구가 없다"

입력 2012-08-03 10:41 수정 2012-08-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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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통신기업인 KT가 사면초가다. 한 마디로 비상구가 없다.

세계 최초로 VoLTE 서비스를 이동중에 시연하는 등 기술력을 뽐냈지만 가입자들의 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7월 이동통신 번호이동현황에 따르면 KT에서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는 35만231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타 이동통신사에서 KT로 옮긴 가입자도 28만153명이나 됐지만, 결국 7만2163명의 가입자가 이탈한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 8개월 연속 가입자 감소이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 비해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가 7개월여 늦게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은 분명 다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KT는 LTE 서비스가 본격화 된 4월 이후 가입자 상승추이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2년 약정’이라는 덫 아닌 덫에 잡혀 있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KT는 개인정보 해킹이라는 커다란 악재를 만났다.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중요성이 서구사회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정보가 해킹당해 돈벌이에 이용됐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더 이상 KT를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개인정보유출의 법적 책임이 KT에 없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에게 무한책임을 바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고려하면, KT로써는 더 이상 나쁠 것이 없는 악재를 만난 것은 분명하다.

더욱 아쉬운 점은 KT 최고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우려와 사과의 뜻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거 현대캐피탈이나 SK커뮤니케이션즈 등에서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태가 일어났을 때 최고경영자가 사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일부 사용자들은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를 조직해 법무법인을 선임,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법적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승소하는 경우가 적었고, 소송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 역시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확률도 크다.

하지만 KT 최고 수뇌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후속대책마련에 대한 입장발표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KT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이는 결국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요금제와 혜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신뢰가 없는 기업을 위한 소비자들의 구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KT는 LTE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마케팅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것. 쉽게 말하면 3만여명의 KT 임직원들이 모두 영업사원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마케팅 과열 양상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는 추세지만 LTE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건 KT가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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