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 에이스 기보배가 3일(한국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멕시코의 아이다 로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살 한 발을 쏘아 과녁 중심에 더 가깝게 쏜 사람이 이기는 슛오프(연장전)까지 간 가슴 졸이는 승부였다.
기보배는 4세트까지 5-3으로 앞서 5세트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화살이 8점 구역으로 날아들어 세트점수 5-5가 되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됐다.
세트 스코어 5-5 상황에서 진행된 슛오프에서 기보배가 먼저 8점을 쐈다. 순간 관중석이 웅성거리고 기보배의 패배가 예상됐지만 로만이 쏜 화살이 과녁 중심에서 더 먼 거리에 있는 8점에 꽂히면서 금메달은 기보배 차지가 됐다.
백웅기 감독은 인터뷰에서 “보배가 8.9점 정도를 쐈고 아이다가 8.4에서 8.5점이었다”며 “두 화살의 거리는 5㎜ 정도였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2010년 태극 마크를 단 이후 줄곧 세계 여자 양궁을 재패할 기대주로 꼽혔으나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8강전 실패를 시작으로 2011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32강전 탈락의 패배를 맛보았다.
기보배의 부진은 한국 여자양궁의 침체를 가져와 1981년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0년 만에 개인전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기보배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를 떠올리다 눈물을 보였다.
그는 “작년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패를 맛보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했다”며 “그때 정말 선배들께 죄송했는데 이제는 선배들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 대회 때 여자개인전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을 덜었다”고 밝혔다.
신궁 기보배는 메이저대회 탈락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평점심 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욕심이 앞서 기본기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반성하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백웅기 감독은 “경기장에 오면 음악이나 분위기도 그렇고 사람이 굉장히 들뜨게 된다. 그래서 첫째도 침착, 둘째도 셋째도 침착하게 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기보배는 슛오프를 치르는 치열한 접전에 대해 “이길 자신은 있었는데 바람이 변수였다. 거기에 대비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다”라며 “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슛오프에 임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양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한양궁협회의 한 임원은 “내가 20년 넘게 여자 대표팀을 봤지만 이번처럼 불안했던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림픽 2관왕을 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기보배는 “토리노 때 정말 선배님들에게 죄송스러웠다”며 “이제 당당하게 선배들 앞에 설 수 있게 됐고 그 점이 가장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성진 언니가 8강에서 떨어지고 나서 나를 찾아왔다. 얼굴에 눈물자국도 보였고 속이 많이 상했을 텐데도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줬다”며 “그래서 성진 언니에게 '난 자신있다'고 말했다. 금메달 따고도 내가 우니까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