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3일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4.9% 인상안을 의결했다.
한전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삼성동 본사 10층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4.9%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후 한전이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하면 지식경제부는 관련 부처 협의 및 심의 등을 통해 전기요금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이사회는 비상임이사들의 심한 반대로 격론을 벌여 한 차례 정회에 들어가는 등 난항을 겪었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들이 각각 의견이 달라 이사회 시간이 꽤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부 비상임이사들 가운데선 손해를 보고 전기요금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전이 사실상 정부의 5% 미만 인상률 권고안을 수용한 4.9% 인상을 의결하면서 향후 전기요금 인상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은 늦어도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여름휴가철 끝나는 이달 중순부터가 전력난 고비"라면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력수요도 줄어 최근의 전력난 해소에도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 1%를 인상하면 17만kW의 수요감축 효과가 있으며, 5% 인상의 경우 85만kW 전력을 감축해 원자력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 4월 13.1%, 7월 10.7% 인상안을 제출했으나, 정부는 이를 모두 반려했다. 물가상승 압박이 강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전은 결국 정부 권고안을 수용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더욱 늦출 경우 자칫 연내 인상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상이 늦어질수록 한전의 적자폭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4.9% 인상하게 되면 올해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3조5000억원보다 다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2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