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방안에 따를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유럽 구제기금에 스페인 국채 매입을 요청할 뜻을 내비쳤다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라호이 총리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구제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것인지라는 질문에 “국민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ECB가 국채 매입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2일 정례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ECB의 국채 매입에 앞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 등 유럽 구제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구제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하면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전일 “국채 매입 요청은 시기상조”라며 ECB 제안을 일축하기도 했다.
라호이 총리는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의 존속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열 것도 요청했다고 스페인 총리실은 밝혔다.
통신사 안사(Ansa)는 이날 유럽 재무장관들이 다음달 3일 스페인 국채 매입과 그리스 경제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익명의 유럽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 초반 7.44%까지 치솟았다가 라호이 총리의 발언 이후 6.84%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을 되찾았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도 6.05%를 기록했다.
한편 유럽 구제기금의 국채 매입에 부정적이었던 독일에서도 집권당 주요 인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엘마르 브로크 집행위원은 “ECB의 국채 매입 방안은 위기 해결을 위한 현명한 중간 단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적자 감축과 경제개혁 이외에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르베르트 바르틀레 CDU 예산담당 대변인은 “독일 의회는 유럽 구제기금의 국채 매입에 거부권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EFSF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국채 매입도 그안에 있다”고 밝혔다.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N-TV와의 인터뷰에서 “국채 매입은 ECB의 독립성과 실행 가능성 범위 안에 있다”면서 “다만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피하기 위해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