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기업 경영 변수로]조선업계, 자체 기상정보 활용해 태풍 피해 등 최소화

입력 2012-08-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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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날씨 경영'

#대전 둔산동에서 김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봉자(44)씨 요즘 살맛이 난다. 지난해 7월 개점 후 1년도 안 돼 월 10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 규모가 3000만원까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흔한 김밥집이 이처럼 ‘대박’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그 원동력을 ‘날씨경영’으로 꼽는다. 김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족발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을 많이 만든다. 경험상 비 올때 고객들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반면 무더위가 예상되는 날엔 재료의 물기를 더 빼고, 최대한 납품 시기에 맞춰 신선하게 김밥을 만든다. 때문에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매일 새벽 기상 예보를 챙겨본다. 큰 투자비 없이 날씨 하나로 매출을 급성장시킨 김씨는 최근 기상청 ‘제7회 기상정보대상 시상식’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날씨 하나로 김씨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부산지방기상청과 공동 개발한 조선기상정보시스템을 보고 날씨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

‘날씨경영’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의사 결정 또는 단계에서 날씨의 영향을 고려하거나 적극 활용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김밥집 사장 김씨의 성공도 날씨경영의 효과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날씨경영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들 ‘날씨경영’ 관심 높아졌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80%는 날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이 중 날씨의 직접적인 영향은 GDP의 10%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작스런 폭우, 폭설 그리고 비상적인 폭염 등 심각한 기상이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 기업들의 날씨경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기간 에어컨 판매는 3배 이상 증가하고, 맥주 출고량은 20~30% 늘어난다고 한다. 장마기간에는 피자 판매가 30% 늘고, 폭설 시엔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주문이 증가한다. 반면 우천시엔 백화점 매출이 10% 떨어지고, 황사시엔 위락시설, 항공사 등의 실적이 저하된다. 날씨로 인해 기업 실적이 ‘일희일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기업들은 과거 마케팅에 국한했던 날씨를 생산, 서비스 개선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날씨를 효율적으로 관리, 접목해 날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민간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 김종국 기상산업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과거 1차적인 기상정보만을 썼으나, 최근 3년 새부터 분석, 가공된 정보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기상정보의 형태가 점차 세밀, 전문화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선·건설업계, “원가절감+안전 작업환경 구축”= 최근 국내 기업들의 날씨경영은 조선업에서부터 건설업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소 내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관측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조선소가 위치한 옥포만의 기후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소와 10개 주요 항로의 기상정보 및 작업종류별 시행기준을 제공해 작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통해 기상정보 이용료의 150배인 연 12억원의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IT기반 기상관측시스템을 구축한 날씨경영에 나서고 있다. 20여대의 기상관측장비를 통해 각종 기상요소를 측정, 이를 조선작업지수 산출을 통해 건조공정 각 과정의 의사결정에 사용하고 있다. 사업기획 단계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해 생산 스케쥴을 정밀 관리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액을 기존 대비 50%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생산일정 정밀도 향상을 통해 연간 70억여원의 품질관리비용도 절감했다.

건설사들도 날씨경영을 본격 도입해 특화 기상정보들을 전국 공사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기상정보 구입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2000만~3000만원선인데 반해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30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거가대교 침매터널 건설 시 민간기상업체의 ‘국지기상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공사일정을 효율적으로 수립했다. 또한 전국 120여개의 공사 현장 관리를 위해 ‘포인트예보’를 활용하고 있다. 포인트예보란 3시간 간격의 각 공사현장별로 제공되는 기사정보를 말한다. 대우건설은 이를 통해 총 29억원의 직접비용을 절감했다.

▲지난달 18일 제7호 태풍 '카눈'(KHANUN)의 영향으로 제주기점 항공기 66편이 결항한 가운데 관광객들이 항공사 카운터에서 결항 등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통·운송업계 “날씨 활용해 매출 쑥쑥”= 날씨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가 변화하는 유통업계에서도 날씨경영은 필수적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를 모든 매장에 구축해 매일 날씨에 따라 발주량을 조절하고 있다. 본사에선 민간기상업체로부터 제공받은 1주일의 기상정보를 매일 오전, 오후 두 번씩 전국 점포에 설치된 POS로 전송한다. 각 점포에선 이를 통해 기상예보를 4시간 단위로 확인, 주문 상품의 종류와 발주수량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 보광훼미리마트는 재고비용과 폐기물량 감소로 식품 전체 매출이 33%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기상이변에 큰 영향을 받는 운송 및 교통업계도 날씨경영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홈플러스도 날씨에 따라 변하는 소비자 심리를 분석, 이를 제품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제품판매에 영향을 주는 상품별 임계점 온도를 분석해 월별 판촉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 섭씨 29도가 되면 수박이, 30도가 되면 아이스크림, 맥주, 에어컨의 매출이 최고점에 이른다는 결과를 토대로 전략상품을 선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는 10%의 재고비용을 줄이고 10~15%의 매출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날씨경영을 위해 사내 기상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항로 위험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기상감시 및 분석을 위한 통합 시스템(SKYWEB)을 비롯해 승무원 브리핑용 기상제공시스템(KALMET) 등을 개발했다. 기상조건에 맞는 운항절차를 개발해 운항 안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결항률 38%, 회항률 44%를 감소시켜 연간 6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최대 80% 이상의 비정상 운항 편을 감소시켜 연간 7억원 정도의 절감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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