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장수와 소금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는 비가 오나 안 오나 늘 날씨만 걱정했다.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은 돈을 벌지만 소금장수 아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반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위 이야기는 옛 전래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날씨가 돈 버는 것을 좌우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최근에도 다르지 않다. 갑작스런 이상 기후로 인해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날씨 변화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도 있다. 날씨는 인간의 힘으로 정복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날씨를 최대한 이용해 산업화된 시대에서 새로운 틈새시장을 노리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기상산업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시장은 얼마나 커졌을까? 민간예보사업제도가 도입된 초기 4억7000만원이었던 기상기후 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106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기상정보유통과 보험사, 금융사 등의 기상파생상품을 추가하면 기상기후산업의 시장규모는 2219억원에 달한다.
올해 기상기후산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상기업 매출액 및 신규 발굴사업 분야를 포함한 시장 규모가 1850억원으로 2011년 2219억원 대비 이미 83%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기상기후산업의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 미국의 경우는 기상기후 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9조원에 달하고 일본도 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있다.
조석준 기상청장은 “우리나라의 기상예측 기술력은 세계 7위권 수준으로 매우 높지만 시장은 턱없이 작다”라며 “우리나라의 기상 기술력에 수준에 맞는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최소한 2조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 시장 먼저 잡아라 = 현재 기상청에 등록된 국내 기상 관련 업체는 147개로, 이 중 민간 기상예보를 실시하는 업체는 8곳이다. 이들은 각기 틈새시장을 찾아 특화된 예보를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케이웨더’는 국내 민간사업예보 사업자 1호 등록인 최초의 기상전문 기업이다. 케이웨더는 제공받은 원시 데이터를 분석·가공한 뒤 고객들에게 맞춤형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케이웨더의 스마트폰용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기온, 강수량, 습도 등과 함께 ‘오늘은 습도가 30% 이하로 건조하니 피부 관리를 이렇게 하라’ 등의 이색 정보가 제공된다.
케이웨더는 현재 날씨 예보, 기업 대상 날씨 컨설팅, 날씨 측정 장비 수출 등으로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직원은 100여 명. 이 중 절반 정도가 예보관 등 분석 인력이다.
기상산업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대기업들도 기상산업 분야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LG CNS는 기상장비 인프라 솔루션 등에 투자하고 있다. STX엔진은 지난해 6월 한국형 기상레이더 원천기술 확보하고 기상 장비의 개발부터 제조,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기상정보도 전문적으로 = 기상 정보가 산업 및 경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날씨를 전하는 방송 프로그램들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과거 날씨 뉴스는 주요 뉴스가 끝난 뒤 기상 캐스터가 직접 지도에 펜으로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 등을 그려가며 날씨를 설명했다. 단순히 다음날 날씨 정보만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일주일간의 날씨와 전 세계 날씨, 더 나아가 날씨와 관련된 각종 생활 정보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당당히 기상정보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YTN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날씨 전문채널 ‘YTN 웨더’에 대한 방송채널사용사업 등록을 완료하고 개국했다.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도 날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출범한 ‘온케이웨더’. 온케이웨더는 기상속보,날씨방송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본 기상 기업으로 서울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웨더뉴스’는 해상 날씨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기업들 기상정보 활용 적극 =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하늘을 바라보고 동남풍이 불 것을 미리 알아 적을 무찔렀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도 기업들은 날씨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두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상정보 운영에 적합한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함해 위험기상에 의한 회항횟수를 기존 1만 편당 7~11회에서 4~6회로 크게 감소시켰다. 또 국내외 지역기상 전문가를 통한 기상분석을 바탕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연간 2억5000만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새로운 비행계획 시스템을 이용한 기상정보 활용 등으로 연간 6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특히 2009년에 구축된 종합통제센터(OCC)는 기상관련 제반 시스템을 이용해 운항하는 전 공항, 전 노선의 악 시정, 강풍, 강설, 태풍, 난기류 등과 지진, 화산, 태양풍 활동 등의 정보를 파악해 항공기 운항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위험기상 등에 따라 회항 조치를 취하는 등 기상정보를 정밀히 분석·활용을 통해 항공기 안전은 물론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는 등 ‘날씨경영’으로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부터 수도권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에 설치된 8000여대의 ‘U+미디어 보드’와 ‘U+미디어라이프’ 등을 이용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통해 입주민 맞춤형 날씨정보를 제공, 쌍방향 날씨정보 시스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