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위한 석유혼합판매가 8월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관련업계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석유 제품 복수상표 자율판매(혼합판매)’가 소비자들의 선택권 및 알 권리를 침해하고 인센티브 적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석유혼합판매는 주유소가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S-OIL, GS 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의 석유제품이나 수입 제품을 섞어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주유소는 정유사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고 정유사 단계에서의 경쟁을 유발해 정유사 공급가격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드사 또한 특정 정유사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던 것을 여러 회사로 분산 적립할 수 있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나 카드사와 달리 소비자들은 본래 누렸던 혜택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소비자은 선택권과 알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기름을 선택하고 자신이 넣는 기름이 어떤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지경부는 혼합판매 표시에 관련해 ‘정유사, 주유소간 협의 하에 혼합판매 주유소 내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는 표시 필요’라고 단순하게 언급하고 있어 혼합유 표시가 100%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
인센티브제에 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경부가 현재 전량구매계약에 따라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공하고 있는 보너스 카드 등 각종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혼합판매 비율에 따라 차등화되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한 번 주유를 하더라도 종전과 달리 포인트가 분산 적립 돼 실질적인 할인혜택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A주유소에서 B정유사의 기름을 넣을 시 신용카드로 리터당 100원 정도 할인되는데 A주유소가 C정유사의 기름을 50 대 50으로 혼합한다면 B정유사 입장에서는 A주유소에 포인트를 반만 줄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실제로 20원이 싸더라도 원래 받던 할인보다 적은 할인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혼합판매에 따른 품질 책임은 1차적으로 주유소가 지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혼합유를 이용해 피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영세 주유소에서는 피해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 YMCA는 “(석유혼합판매로 인해)일정한 가격 인하가 가능할 경우에도 이에 수반한 부작용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전제 돼야 이 제도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