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는 지금] 불황의 늪에 빠진 증권가 新풍속도

입력 2012-08-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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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우려에 증권맨 몸사리기…법인카드 한도 대폭 축소·구내식당 북적

#지난달 27일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여의도점은 음료 50% 할인행사에 모여든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국내 개점 13주년을 맞아 기획한 행사로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 직장인들은 2000원 할인을 받기 위해 30분 넘게 줄을 섰다.

#A증권사는 최근 점심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 폭염 탓도 있지만 점심값 4950원을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회사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보다 직원들의 위기감은 훨씬 크다고 말한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여의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한 여의도지만 최근의 한파는 예사롭지 않다. 상인들은 “IMF, 금융위기 당시 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직장인들 역시 “구조조정의 회오리 바람이 임박했다”며 몸사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올 들어 증권사들이 경영상태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것은 지난해보다 3분의 2수준으로 급감한 거래규모 때문. 유럽발 리스크에 증시가 발목을 잡히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 자체가 크게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20개에 달하는 지점을 축소했고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노조측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점 통폐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점포 대형화를 통해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을 노린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지만 실상은 비용절감이 주요 목적이다.

비용절감의 가장 손쉬운 방법인 영업비 축소는 이미 시작됐다. T증권사 법인영업팀 직원들은 지난달 연봉 10% 삭감과 함께 접대비 50%가 줄었다. 김 씨는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활동비마저 줄면서 영업에 지장이 많다”며 “접대 자리지만 1차 삼겹살, 소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또 “예전 같은 골프 접대나 양주 회식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이면지, 개인컵 사용은 물론 업무시간 중에도 불필요한 전등 소등 등 고정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개도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흔했던 법인카드도 크게 줄거나 축소되면서 증권맨들의 2차로 선호하던 카페문화 역시 자취를 감췄다.

여의도 공인중개사 A씨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 일대에 카페 매물이 급증했다. 증권가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대폭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A씨는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권리금을 포기한 카페 매물이 20건에 달한다”며 “금융위기 당시 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여의도의 유례없는 불황은 최근의 증권가 인력 구조조정과 무관치 않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63개 증권사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4만2682명에서 올 1분기 말 4만2388명으로 0.7%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증권사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직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증권사는 동양증권으로 3000명에서 2922명으로 줄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69명), 삼성증권(31명), 현대증권(25명) 등이다.

문제는 여의도 증권가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소형 증권사를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인력 조정 태풍은 대형사들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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