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재 "'도둑들' 원래는 출연안하려 했다"…왜?

입력 2012-08-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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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배우 이정재에겐 딜레마가 있었다.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흥행성이 문제였다. 1993년 청춘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 후 대한민국 남성의 우상으로 떠오른 ‘모래시계’까지 그의 성공 가속도는 대단했다. 하지만 유독 영화에서만큼은 그 이름값이 바랬다. 그렇게 불혹의 나이를 맞았고, 그에게도 흥행 배우란 타이틀이 찾아왔다. 영화 ‘도둑들’이다.

지난달 25일 개봉 후 누적 관객수 785만 여명(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섰다. 1000만 달성도 시간문제다. 데뷔 20년 차 이정재에겐 분명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정재는 “(나이를 먹으면서) 일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면서 “가끔씩 나와서 안타나 홈런을 친다고 의미가 있을까. 나도 이젠 좀 자주 나와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도둑들’ 출연 소감을 전했다.

좋은 결과에 이정재도 만족스러운 듯 했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전작 ‘하녀’의 높은 기대감과 달리 신통치 않던 성적 때문일까.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초 이정재는 ‘도둑들’의 출연을 거절할 심산이었단다. 배우를 정하고 시나리오를 쓴 최동훈 감독 스타일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다른 배우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이정재의 극중 배역은 처음부터 공석이었다고.

그는 “(출연 제의를 받고) 이정재란 배우를 돌아봤다. 솔직히 다른 배우들과 경쟁해서 버틸 수 있는 무기가 없더라”며 출연을 망설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했고, 이정재로 인해 ‘뽀빠이’의 비중도 달라졌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이정재는 “당초 ‘뽀빠이’는 웨이홍(기국서)의 총에 맞아 죽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연출부와 제작부 회의에서 ‘이정재를 그렇게 죽여서 되냐’는 논쟁이 벌어졌다고 하더라. 결국 영화의 결말대로 내 운명이 결정된 거다”며 웃는다.

이름값에 어울리는 결말을 최 감독과 스태프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 결정은 좋은 흥행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정재의 힘 아니겠나’란 질문에 “무슨 말을 이냐”며 손사래다. “엄청난 선배들이 한 두 명이 아닌데, 무슨 소리냐”고 벌쩍 뛴다.

또 다른 의문점이다. 최 감독은 당초 다른 배역과 달리 ‘뽀빠이’ 캐스팅은 마지막까지 고심 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이 이정재였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이정재와 ‘도둑들’의 이정재는 분명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이정재는 “모든 감독은 배우가 가진 이미지의 정반대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면서 “물론 그 사이가 너무 많이 벌어지면 큰 호응을 받지 못하겠지만 말이다”며 설명한다. 그는 ‘도둑들’ 안의 ‘뽀빠이’에 대해 “이정재의 내면 어딘가에 있는 적당한 비열함과 찌질함이 잘 섞인 인물이다”고 덧붙였다. ‘충무로 이야기꾼’ 최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한 그만의 표현법이다.

2010년 ‘하녀’의 이정재와 2012년 ‘도둑들’의 이정재는 어딘가 닮은 듯하면서도 극과 극의 대척점에 서 있다. 그의 프로필을 들여다보니 전작과 출연작의 선택이 항상 그랬다. 영화 ‘태풍’을 찍은 뒤 ‘1724 기방난동사건’에 출연했고, ‘태풍’ 전에는 ‘오! 브라더스’에 나왔다. ‘도둑들’ 이후에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 ‘신세계’에 출연한다. 최민식-황정민-박성웅이 출연한다. 한국판 ‘무간도’로 불리는 수컷 냄새가 깊게 베인 영화다.

이정재는 “한때 어떤 평론가분이 그랬다. ‘이정재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공감한다. 하지만 내 주관에는 변함이 없다. 극과 극을 오가는 모습 속에서 이정재만의 색깔을 내고 싶다. 이제 그 틀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다. 아마 ‘신세계’에선 불편함보단 진짜 ‘신세계’의 이정재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눈을 번뜩인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데뷔 20년차, 불혹의 배우 이정재. 그가 연기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1000만을 바라보는 ‘도둑들’의 진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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