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학교에서 돌봐주는 ‘초등돌봄서비스’는 늦은 시간까지 봐주지 않고 한 교사가 여러명을 보기 때문에 중간에 애가 없어져도 모르는 경우도 있어 불안하다”면서 “가정에서 돌봐주는 ‘아이돌봄서비스’도 돌보미랑 애랑 둘만 집에 있는 거라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직접 애를 보면 좋겠지만 외벌이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평범한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너무도 힘이 든다. 겉보기엔 그럴듯한 보육 복지 서비스들이 많지만 여기저기 중복돼 있고 서비스 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와 핵가족화 등 가족 구조의 변화로 아동·청소년 보육의 역할이 가정에서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복지부에서, 복지관 방과 후 아동은 여성가족부에서, 학교 방과 후 아동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각 담당하는 등 중앙부처 3개 기관의 돌봄 서비스가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부족과 복지 서비스의 질 하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들 부처에서는 “서비스를 받는 아동의 대상 연령이 같다고 하더라도 이 서비스들은 각각 태생이 다르고 서비스 질도 약간씩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면서 “혜택을 받는 국민들이 각각의 한계점을 잘 보완해 중복 수혜를 누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경쟁으로 인한 복지 남발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갈등으로 중단 위기에 놓인 ‘0~2세 무상보육’의 사례에서 보듯 지속가능한 복지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여성가족부에서 하고 있는 아이 돌보미 사업의 지원가구 소득기준은 2007년 도입 당시보다 엄격해졌으며 매년 예산에 따라 달라져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2009년 전국으로 확대된 아이돌보미 사업은 시설보육 이용에 한정된 기존 제도하에서 사각지대로 남겨져 있던 가정내 유료 보육 서비스를 그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 개별 가구의 몫이었던 영유아 보육을 공적인 지원 대상으로 간주해 확대했다는 점에서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구에 획기적인 서비스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신청해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며 돌보미의 처우가 열악해 민간부문과의 질적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우수한 아이돌보미 인력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이웃집 아저씨에 의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통영 초등학생 한아름(10)양 사건에서 전문가들은 만약 아이돌보미 서비스 지원을 받았더라면 불행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름이 사건에서 아이돌보미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된 수혜자가 돼야 할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여성행복공약’을 통해 획일적인 종일제 보육시스템이 여성들의 다양한 보육 수요에 부응하기 어렵고 국가재정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현재 여러 부처에서 이뤄지는 방과 후 돌봄 서비스 중에서 중복 사업은 통합하고 실효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 효과를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부처별 서비스의 지원 기준이나 요금, 서비스 내용이 각기 다르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있어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는 정부가 아닌 종교단체나 개인이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시작한 것이므로 여가부의 방과후 청소년수련관이나 교과부의 돌봄교실과는 사실상 달라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역아동센터는 10살과 17살이 같은 장소에서 공부하는 등 시설이 많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