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나 직원들이나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제와서 변경을 하는 건 쉽지 않고, 입주 후 사용을 해보면서 불편한 부분을 보완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달 말 완공, 9월 입주를 앞둔 서울시 신청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묻자 돌아온 시 관계자의 대답이다.
신청사는 서울시가 약 3000억원을 들여 만든 친환경·최첨단 빌딩으로 4년6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도 전에 디자인 및 활용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로 앞에 있는 구청사와의 부조화, 공간활용도가 떨어지는 디자인, 문화·휴식 공간으로 변모한 업무 공간, 유리 외벽이 주는 부작용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신청사는 전통 건물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상단의 볼록한 부분은 한옥 처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구청사를 집어삼킬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유리로 뒤덮인 미래형 디자인이어서 일제 강점기 당시 세워진 구청사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이에 ‘지극히 부조화스럽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한 신문이 시민 314명을 대상으로 신청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건축디자인에 대해 62.3%가 ‘좋지 않다’ 또는 ‘매우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은 16%에 그쳤다.
부정적 인상의 가장 큰 이유(중복 허용)로는 76.4%가 ‘구관과 덕수궁 등 주변 문화재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꼽았고, 49.7%가 ‘전면 유리 외벽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에 대해 우려했다.
8일 서울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직접와서 보니 사진으로 봤을때보다도 실망스럽다”며 “서울의 랜드마크는 커녕 흄물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애초에 설계 공모 및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청사의 원설계자인 유걸 아이아크 공동대표의 본래 의도 역시 신청사가 구청사를 압도하는 모양새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디자인 논란이 불거지자 유걸 대표는 “신청사가 구관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래 의도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공간 효율성도 ‘꽝’…업무공간 부족 야기 = 디자인에 치중하다 비효율적 구조를 띠게 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박원순 시장이 직접 “꼭 입주해야 하나”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공사 현장을 방문해 마무리 단계를 점검하면서 시 간부들에게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박 시장은 조찬행사 참석차 서울광장을 지나던 중 바라본 신청사에 대한 걱정을 트위터를 통해 내비치기도 했다.
‘열린 행정’을 지향해야 할 신청사가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지어졌다는 지적도 많다. 건물 뒤편을 제외한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 개방할 수 있는 창문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자연통풍은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유리건물이어서 조망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내부에서 밖을 봤을 때의 전망도 썩 좋지 않다. 유리외벽을 지탱하는 철골 구조물이 시야를 가로막아 마치 ‘감옥’을 연상케 한다는 것.
또 신청사는 유리벽과 사무실 사이 공간이 텅 비어있다. 직사광선과 복사열이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외벽 안쪽에 다시 벽을 세워 사무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청사의 바닥면적 7만㎡ 중 5분의 1 가량이 빈 공간으로 남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시는 완공을 앞두면서 40% 가량을 ‘시민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박 시장은 신청사를 문화공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청사 지하 1·2층에는 예식장, 공연장, 워크숍, 시민플라자,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의 의도는 일방적 시정 홍보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쌍방향 소통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소통하게다는 의도 자체는 좋다. 그러나 부족한 업무공간을 마련하려면 또 다시 시민의 혈세가 투입돼야 할 판이다.
신청사의 전체 연면적 9만788㎡ 중 업무용 공간은 2만7139㎡(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 공무원 5000여명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2200여명만 신청사에 입주하고 나머지는 다른 건물에 상주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