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돌봄사업의 이원화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방과후 돌봄교실, 아이돌보미 사업은 각각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에서 관할하고 있다”며 “부처별로 따로 운영되고 있는 돌봄 서비스를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 특히 보육이 중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부처마다 돌봄서비스 사업을 마구잡이로 실시하다보니 중복사업,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장 연구위원은 “돌봄 서비스 사업이 부처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여가부의 아이돌보미 사업을 교과부의 돌봄교실 사업으로 이관해 한 곳에서 관리토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부처 모두 저소득층 등 서비스 대상자도 비슷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중복되는 일도 발생한다.
장 연구위원은 “문제는 돌봄 사각지대”라며 “현장에서는 5개 사업이 되다보니 기초사업자 경우는 중복지원되는 경우도 있어 기준 강화하는 것 같은데 차상위층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돌봄 서비스는 커버되고 있지만 차상위층은 돌봄 서비스 혜택이 크지 않다는 말이다.
이어 “기초수급자에 무료 혜택을 주고 소득에 따라 일정 부분 부담케 하는 대신 차상위계층으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서비스 대상자인 아동과 부모를 중심으로 사업이 계획되야 하는데 부처에서 각자 계획하다보니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또 “부처가 아닌 지역차원에서 전방위적인 현황을 조사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아동돌봄의 1차기관이 될 것을 주문했다.
진정한 진정한 ‘나홀로 아동’은 소득 기준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단위의 센터 역할을 강화해 방과후 아동이나 센터 퇴소 후 혼자 있는 아동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소득 기준으로 돌봄서비스 대상자를 선택하면 오히려 혜택받는 수가 줄어든다”며 “가족 구성의 특성, 맞벌이나 한가족 등을 고려해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상구 운영위원장은 가장 먼저 증세를 통해 돌봄서비스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OECD 평균 30%밖에 안 된다”며 “국가가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등 비과세 대상을 하나면 줄여도 재원이 마련된다”며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삼성전자에 한 곳에서만 약 1조5000억원의 세금을 줄여주는데 이 돈이면 0세 돌봄 사업을 10만명에게 무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보육과 유아교육 전반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서 매년 8조2000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가 전액 부담으로 0세 돌봄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동 1인 기준으로 1달에 97만원이다.
또 부처별, 지역별로 체계가 없는 돌봄서비스를 문제도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저소득 취약계층은 학교를 마치거나 보육이나 유아시설을 마치고 나면 공식적으로 돌봄시스템이 없다”며 “통영에서 사망한 아름이가 돌봄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고 말했다.
교과부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상 숫자가 적고 보통 기초수급자 위주로 한다. 맞벌이 부부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7~8시까지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야근하는 부모들은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나홀로 아동은 160만명에 이르는데 부처 대부분이 저소득층을 커버하다보니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기초생활대상자와 차상위층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위원장은 “방과후 교실을 공교육의 일환으로 추가해 교과부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돌봄 서비스를 국가, 지자체 또는 민간 사업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에 방과후 돌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과 후 교실을 현재 500여개에서 3000천개로 늘릴 것도 제안했다.
이어 “경기도와 서울, 서울 종로구와 강남구 등 돌봄 서비스 이용 기준, 급여 등이 지자체마다 다른 것도 문제”라며 “지역에 상관없이 부모가 키울 수 있도록 돌봄시간 늘리고 전국적인 편차도 없애야 한다”고 일갈했다.
원래 참여정부에서 ‘육아지원정책방향’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육아와 보육을 전담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지자체에 맡기면서 편차가 생겼다. 이 위원장은 “복지부나 교과부가 하는 것들은 직접 기준을 만들어 관리하고 돌봄 서비스를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질적 보완도 함께 주문했다. “교과부에서 하는 돌봄서비스는 민간서비스보다 질이 낮다”며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용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돌봄서비스 문제에서 제기되는 ‘서비스 질 저하’는 돌보미들의 처우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윤 변호사는 “돌봄서비스가 가정에서 담당하던 부분이었고 여성들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인식됐었다”며 “이 같은 전체 때문에 시장에서도 이들의 임금 및 처우가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돌봄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재고해야 한다며 일용직 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돌봄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에서 진행하는 바우처 사업의 돌보미들도 ‘자활근로자’일 뿐 정당한 권리 등을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이 하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일과 봉사하고 희생하는 일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차별받는 것”이라며 “돌보미들의 근로 시간, 급여 등의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봄서비스를 사회투자의 연장선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마 위원은 “미래의 노동력을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투자개념의 대표적 시각이다”며 “이런 시각은 아이나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경제적 의미에서 노동생산성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국가가 공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즉, 노동력, 경제력에 도움이 되므로 보육국가가 나서 보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로 돌봄사업을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말이다. 만약 국가가 사회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면 노동 생산성이 낮은 노인들의 경우 돌봄 대상에서 제외된다.
마 연구위원은 각 부처에서 담당하는 돌봄 서비스는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다 태어나면 개인이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기가 있으므로 이를 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다.
마 연구위원은 또 “과거 사적 영역에 속했던 ‘돌봄’ 영역이 민간분야로 분리됐지만 이제 국가가 공동체적 개념으로 담당해야 한다”며 “‘돌봄’의 가치가 사회적이므로 돌봄의 비용을 공적 영역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예산 문제 등으로 어렵겠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대신 국가가 전담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이어 “‘돌봄’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보고 개인의 보편적 권리 입장에서 접근해야 지속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