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사격, 펜싱, 체조, 양궁, 유도 등 평소 비인기 종목들의 메달 수확에는 그들을 지원해온 기업 오너들이 한 몫했다는 평가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온 재계 총수들은 각 종목 협회장을 역임하거나 런던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도 해 ‘제2의 런던올림픽 국가대표’로 떠올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새벽 그리켓 그라운드 메인 스타디움에서 한국 여자 양궁선수들이 단체전에서 올림픽 7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현장에 자리했다. 정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 회장이다. 특히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기보배 선수와는 뜨거운(?) 포옹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탁구협회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달 25일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쉽게도 한국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만 은메달을 획득했다.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5일 런던 올림픽 참석차 출국해 우리 핸드볼 대표팀을 응원하는 가운데 이에 보답하듯 한국 여자 핸드볼팀이 우생순의 신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화끈한 지원에 ‘메달로 결실’ = 대기업 오너들이 런던 현장에서 진심어린 응원을 보였다면 뒤에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물적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이에 메달로 보답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대한펜싱협회장을 맡은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2년 동안 양 단체에 총 84억7000만원으로 파격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 아래 펜싱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가 나와 제대로된 결실을 맺었다. 또 SKT이 2007년 6월부터 후원해온 박태환 선수도 은메달 2개를 선사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근 2년동안 지원한 금액만 총 47억3000만원에 달한다. 현대자동차는 1985년부터 정몽구 회장이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4번 연임하며 200억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후원에 답하듯 양궁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가 나와 정 부회장의 런던 방문이 더욱 빛을 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격 사랑도 남다르다. 한화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김정 고문으로 하여금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게 하고 이후 10년간 80여억원의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사격이 단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 후원에 대한 보답을 톡톡히 받았다.
2010년 대한체조협회장으로 취임한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한국 올림픽 사상 52년만에 체조에서 금메달을 선사한 양학선 선수에게 포상금 1억원을 전달했다.
포스코 그룹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자청하면서 지난 27년간 약 130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지난 2006년부터 체조협회지원금을 연간 7억원으로 늘려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마사회(KRA)는 유도단에 매년 15억원을 투자하고 1999년부터 코리아오픈 국제유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KRA 소속팀인 유도 선수 김재범과 조준호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따면서 값진 결실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