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짜릿함은 ‘숙명의 라이벌전’이다.
한국 또한 ‘운명의 맞수’와의 빅매치를 피할 수 없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남자 축구, 수영, 펜싱 등 다양한 종목에서 라이벌전을 치뤘거나 기다리고 있다.
먼저 한-일전으로 빚어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이다. 홍명보 호가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11일(한국시간) 오전 3시 45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영원한 맞수 일본과 동메달을 높고 긴장감이 감도는 라이벌전을 펼친다.
한국과 일본은 역대 올림픽 대표팀 간 대결에서 4승4무4패로 막상막하이다. 또 2002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고 지난해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말 그대로 ‘숙적’이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는 쪽은 동메달과 함께 역대 아시아 국가 올림픽 본선 최고 성적(일본·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3위)과 동률을 이루지만 패하면 조별리그와 8강에서 잘 싸웠던 성과까지 싹 묻혀버리는 결과를 안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특히 한국팀은 태극전사들의 병역 혜택이 걸려 있어 이번 경기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치뤄진 라이벌전도 잊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 수영을 대표하는 선수들인 박태환(23·SK텔레콤)과 쑨양(21·중국)은 남자 자유형 200m, 400m와 1,500m에서 승부를 겨뤘다.
개막 후 첫날인 지난달 28일 자유형 400m에서 쑨양이 금메달, 박태환이 은메달을 따냈고 이틀 뒤에 열린 200m에서는 둘이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00m 예선에서 박태환이 실격과 판정 번복 등의 해프닝을 겪은 것을 고려하면 이때까지 둘의 성적을 무승부로 평가할 만했다. 그러나 1,500m가 주종목인 쑨양이 4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오르면서 둘의 '런던 라이벌전'은 쑨양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서로 치켜세우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부모끼리 따로 만남의 시간을 갖는 등 '숙적'보다는 '선의의 경쟁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새로운 메달 종목으로 떠오른 펜싱에서는 4년 전 베이징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남현희(31·성남시청)와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가 여자 플뢰레 단체전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만나면서 라이벌전을 펼쳤다.
베이징에서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역전을 당해 은메달에 머문 남현희는 이번에도 종료 20여 초 전부터 내리 4점을 내줘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고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베잘리와의 상대 전적에서 1승9패로 절대 열세가 이어진 남현희는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고 베잘리는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