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시민단체 등 연일 비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이종걸 의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를 ‘그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사과했지만 당 안팎으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그년’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10일 밝혔다.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이 의원은 박근혜 후보에게 ‘그년’이라고 쌍욕을 해 여성 전체를 비하해놓고도 ‘그년’은 ‘그녀는’을 줄인 말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창희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 의원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권유하고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와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은희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며 “지나가듯이 유감표명하면 누가 사과라고 받아들이겠나. 최고위원직이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준·심재철·이정현 등 최고위원들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뻔뻔하고 후안무치하다”며 이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당 중앙여성위원회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고, 박 후보의 팬카페인 ‘박사모’ 여성위원회는 서울지방여성연합·서울 아름다운 여성단체 간사회와 함께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의원의 발언을 성토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돌발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박 후보를 비판하는데 총공세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지지 세력을 재결집시키는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고 당 일각에서는 “발언 수위가 충분치 못했고 사과도 깔끔하지 못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은 망언사태나 비리의혹이 터지면 일단 제명부터 하던데, 민주당이나 통진당은 망언을 해도, 비리가 터져도 일단은 버티고 감싸는 분위기. 한 마디로 망조가 든 거죠”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거 바로 바로 쳐내지 않으면, 대선에서 제2, 제3의 김용민 사태가 일어날 겁니다. 이번 건도 거의 그 직전까지 갔죠. 어차피 사과할 사안, 신속하게 했어야죠”라고 밝혔다.
진 교수는 “이종걸 의원이 변명한답시고 ‘주위에선 더 세게 하라’고 주문한다고 말했죠? 주위에 그 짓을 보고 ‘잘 한다, 잘 한다’ 거드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라며 “이종걸 의원, 의원쯤 됐으면 최소한 그런 닭대가리들과 거리를 취할 줄은 아셔야 합니다”라고 힐난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 후보를 ‘그년’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자 “‘그년’은 ‘그녀’의 줄임말입니다.”,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 “‘그년’표현에 내심이 반영됐다” 등 말을 바꿔가며 해명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이 의원은 지난 9일 “저의 본의가 아닌 표현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거듭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신중한 언행으로 활동하겠다. 내내 따뜻함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