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 수도’미국 뉴욕시에 노숙자가 지난 1년 동안 18% 급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시에 등록된 노숙자는 4만3731명이다. 이중 성인이 2만5475명, 아동은 1만8256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7143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뉴욕 시내의 노숙자 보호시설은 지난해 6월의 211곳에서 현재 228곳으로 증가했다.
집이 없으면서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만큼 실제 노숙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노숙자의 가파른 증가세는 뉴욕시가 재정난으로 무주택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결과라고 NYT는 전했다.
뉴욕시는 고용된 상태의 무주택자에게 최장 2년간 월세 보조금을 주다가 주정부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올해부터 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하루 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뉴욕시는 노숙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보호시설 확충을 서두르지만 워낙 급하게 처리되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이들을 길에 방치하면 안된다는 조례 규정에 따라 보호시설 확충을 서두르고 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처리되다 보니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시는 최근 2개월간 맨해튼 2곳과 브롱크스 5곳, 브루클린 2곳 등 총 9곳의 보호시설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처리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거치는 마을 자치회와의 협의를 건너 뛰고 일방적 통보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95번가의 주거용 빌딩 2채가 지난달 보호시설로 개조됐지만 주민들이 이를 통보받은 것은 시설이 정식 개소하기 불과 2주 전이었다.
성인 노숙자 200쌍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최근까지도 불법 숙박시설로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 폐쇄령이 내려진 건물이어서 주민들로서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시의원과 주민들은 이번 주 이곳에서 당국의 일방통행식 노숙자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차기 뉴욕시장 후보자의 한명인 스콧 스트린저 민주당 시의원은 “장기적 계획 없이 수백명의 노숙자들이 하룻밤만 무사히 보내도록 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고 비판했다.
시 당국자는 “우리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노숙자는 있는데 수용할 시설이 없다는 것”이라며 “여유 공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항상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게 우리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뉴욕시는 집이 없는 사람을 보호시설에서 돌보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가 신규로 설치하는 보호시설은 해당 지역 자치회에 통보해야 하지만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