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소유구조 개선보다 공정경쟁 유도를

입력 2012-08-13 11:46 수정 2012-08-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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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경제민주화

정치권에서 촉발된 경제민주화가 사회 전반의 아젠다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반재벌 정서에 한층 불을 지피고 정치권이 화답하면서 경제민주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총선을 거치며 방향성을 잡은 여야 정치권은 대선을 향한 교두보 확보를 위해 관련 법안을 봇물처럼 쏟아내며 민심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재벌개혁이 시도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당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여당의 대선 유력주자인 박근혜 경선후보도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정책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3호 법안까지 국회에 발의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금산(금융·산업자본) 분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4호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출총제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금산분리 강화 등 대기업 지배구조 쇄신을 경제민주화 정책의 추진방향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재계는 물론 정책당국에서조차 재벌해체를 목적으로 한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한편 방향과 시기의 적합성 여부를 두고 반론을 펴고 있다.

“과거 40여 년을 보면 한국 경제는 대기업이 전면에 나서서 경제성장을 이룬 모델”이라며 “이로 인해 모든 법적 기준이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돼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대안 없이 기둥을 무조건 자르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은 함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일감몰아주기와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등 헌법 119조에 위배되는 경제력 집중 억제의 목적과는 달리 경영권을 위협하고 재벌해체를 목적으로 한 경제민주화가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순환출자금지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은 경제민주화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순환출자는 기업 신규 투자의 근거가 돼 왔다”면서 “긍정적인 측면은 도외시한 채 부정적인 측면만 앞세워 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금지시키는 것은 사실상 재벌해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안대로라면 기업의 신규 투자가 가로막히는 것은 물론 기존 순환출자지분까지 정리해야 한다면서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이 상실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를 9%에서 4%로 축소한다는 금산분리 강화도 지배구조를 뿌리째 흔들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독소법안이라고 재계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금융회사에 대한 계열분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추진방향에 대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법률제정 및 개정이 국민의 행복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어느 일방의 주장 만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퓰리즘에 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은 재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논의를 거친 경제민주화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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