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농작물 재배 지도가 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 감귤’, ‘청도 복숭아’, ‘경산 포도’, ‘대구 사과’ 등 지역특산물은 이제 옛말이 됐다.
13일 통계청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던 아열대 작물인 감귤은 수년전부터 전남, 경남 등 내륙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청도군 등 경북지역이 주산지였던 복숭아도 충북, 경기 등지로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철 동해(凍害) 발생이 줄어 재배면적이 증가한 탓이다. 충북의 복숭아 재배면적은 1990년 1184㏊에서 1999년 2000㏊를 넘어선 이후 올해 3743㏊까지 늘었다. 강원은 1990년 449㏊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는 554㏊를 기록했으며 경기 역시 1990년 815㏊에서 지난 2005년 1366㏊까지 확대됐다. 특히 남한 최북단 지역인 파주시의 재배면적이 1992~2007년 15년 새 1.2㏊에서 15㏊로 급증한 점도 주목할만 하다.
포도의 재배지도 강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도의 주산지인 경북의 재배면적은 지난해 8306㏊로, 가장 넓었던 1998년 1만3703㏊보다 무려 39.4%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1990년대에 100㏊ 내외에 불과했던 강원은 2008년 371㏊를 기록했다. 특히 영월군은 1992년 7.2㏊에서 2007년 67.9㏊로 급증하면서 강원 제1의 포도 산지로 자리 잡았다.
온대 과일인 사과 역시 온도가 비교적 낮은 산지로 재배지가 이동 중이다. 경북은 지난해 1만9024㏊의 재배면적을 기록,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2년(3만6355㏊)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반면 강원지역은 재배면적이 2007년 114㏊에서 올해 434㏊로 네 배 가량 늘었다. 그 중 평창군의 재배면적은 2006년 4.8㏊에서 올해 45㏊로 급증하면서 새로운 사과 주산지로 떠올랐다.
추위에 약해 주로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던 쌀보리는 충북, 강원지역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같은 남부지역에서도 전남에서 전북으로 주산지가 바뀌었다. 재배면적은 1990년 전남 5만5253㏊, 전북 7455㏊이던 데서 지난 2010년엔 전남 9373㏊, 전북 9621㏊로 역전됐다.
가을감자 역시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재배지가 확산돼 전북의 재배면적은 1990년 중반부터 전남을 추월하더니 지난해 839㏊로 전남(490㏊)의 두배에 달했다.
통계청 측은 “기후온난화에 대응한 지역별 품목 전환이 시급하다”며 “온난화에 대응해 기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아열대의 신품종을 도입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