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여름휴가를 마치고 15일(현지시간) 유럽 재정위기의 최전선으로 복귀한다.
유로존(유로 사용 17국) 재정위기 해법을 둘러싸고는 역내 지도자들 간 견해차가 여전한 상황.
메르켈 총리가 휴가를 떠나기 전과 다름없는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이같은 상황의 중재에 나서는 것으로 업무복귀 신고식을 치를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에 따르면 현재 유럽 지도자들은 역내 구제금융인 유럽안정화기구(ESM)와 관련해 독일 헌법재판소의 9월12일 적법성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에 의한 스페인·이탈리아 등 위기국의 국채 매입 계획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벨기에와 핀란드는 ECB의 위기국 국채 매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CB 정책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뤽 코엔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자국 일간 데타이트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나라를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양국의 국가 부채를 ECB가 떠안게 될 뿐”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핀란드의 지르키 카타이넨 총리 역시 ECB가 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일(유럽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역내 재정 취약국의 국채를 매입하면 유로존은 현금이 바닥날 것”며 “수개월 동안 모든 자금을 국채매입 프로그램에 사용해 이제는 방화벽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갈등은 2주 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ECB가 구제 기금과 함께 위기국 국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위기국이 경제 건전화를 이행할 경우에만 국채 매입을 실행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하지만 핀란드와 벨기에 같은 나라가 반대하면서 ECB 내부의 불협화음만 부각시킨 꼴이 됐다.
ECB 내부의 갈등이 커지면서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ECB의 위기국 국채 매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의 부대변인인 게오르그 스트라이터는 최근 “(독일) 정부는 ECB에서 하는 모든 일이 ECB 권한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고 확신한다”며 “ECB의 국채매입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ECB의 국채 매입 계획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독일 내에서 ESM의 적법성 판단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유로존의 재정위기 해법이 더 꼬이게 됐다는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마르쿠스 커버 경제학 교수가 이끄는 원고인단은 13일 ESM의 적법성 판정 심의가 유럽 사법재판소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며 이 소송의 결론이 날 때까지 독일 헌재의 결정도 미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헌재가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재정 부실국에 대한 구제금융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ESM 출범이 수개월 늦어져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 뻔하다.
앞서 시장에서는 독일 헌재의 판결이 나오는대로 ESM이 출범해 구제금융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ECB도 이 판결이 나오고 나서 국채 매입같은 부양책을 시행할 것으로 관측됐다.
독일 좌파당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부당수는 “ESM에 대해 독일 헌재가 국민투표를 제안할 경우 이는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