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체성 갈등 격화…권력다툼 비화 조짐

입력 2012-08-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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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vs 분배’ 충돌…인적구성 시각차에 경제민주화도 이견

새누리당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때 아닌 정체성 갈등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노선과 정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은 권력다툼으로까지 비화되는 분위기다.

좁게 보면 박 후보 캠프 내부의 암투로 보이지만, 20일 경선이 끝난 뒤 당이 본격적으로 대선체제에 돌입하면 이런 경쟁은 새누리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경제민주화와 맞춤형복지를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다소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박 후보가 본선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지도 관심사다.

▲김종인
◇ 성장이냐, 분배냐 = 수 십 년 역사 동안 반복돼 온 성장과 분배 사이의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은 박 후보의 정책에 ‘성장담론’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오면서부터다. 이는 성장 못지않게 분배를 중시하는 박 후보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경제정책을 주도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성장론자’인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경제민주화, 복지가 대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지만 두 가지 화두만 갖고 갈 수는 없다”고 반론을 폈다. 최 본부장은 “복지나 경제민주화 두 가지만 갖고 대선을 끌고 갈 순 없다는 점에서 그 외 일자리 담론이나 미래비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이분법적으로 성장과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은 경제민주화를 안 하려는 사람이라고 몰아가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지금 왜 이 행태가 됐느냐 하면 그동안 대통령들이 무조건 ‘박정희 콤플랙스’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지난 50년 역사를 보면 일변도로 성장을 얘기해왔다. 여러 상황이 변했음에도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성장을 얘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선 전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면 박 전 위원장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 정치노선 갈등 = 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경선 이후 박 후보 캠프의 인적 구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또한 김 전 위원장과 최 본부장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최 본부장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모두를 끌어안는 ‘보수대연합론’을, 김 위원장은 인위적 결합보다는 외연 확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가까이 있는 사람,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덧셈을 하고 현재 면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을 영입하는 게 선거의 ABC 아니냐”며 “결국은 덧셈의 정치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박 후보와 사이가 멀어져 탈박(탈박근혜)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전 의원과 비박 경선주자인 김문수 임태희 후보 등도 경선 이후 캠프에 중용해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따로 끌어안는다고 그 사람들이 협력하고 끌어안지 않으면 협력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인위적으로 인선을 하지 않아도 같은 보수 세력은 박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박 후보는 “보수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 지향점이 같고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분들과 같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이같은 발언을 의식한 듯 17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그 자체가 무슨 보수대연합을 뜻하거나 어느 특정인을 갖다가 영입하기 위해서 한 얘기라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선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왼쪽) 이혜훈, 안종범
◇ 경제민주화 시각차 =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건 새누리당 내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다. 남경필 의원이 대표로서 진두지휘하고, 이혜훈 최고위원이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1호(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 강화), 2호(재벌의 사익 편취 원천 차단), 3호(신규 순환출자 금지 및 가공의결권 제한)를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당내에선 “앞서도 너무 앞서나갔다”는 지적이 많았다. 급기야 4호 법안으로 제2 금융권까지 금산분리 원칙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에 부딪혀 법안 발의가 보류됐다.

대기업, 금융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혁의지를 내비쳐 온 이 최고위원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시키고 집중된 경제력으로 불공정거래 하는 것을 엄벌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은 이들 법안에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박 후보 캠프의 경제브레인이다. 안 의원은 특히 순환출자 회사의 가공의결권 제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캠프에 몸담고 있어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모임의 뜻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경제민주화 법안 중 당론은 하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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