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진희 "'청포도 사탕' 30대를 위한 '힐링' 영화"

입력 2012-08-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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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참 포근한 인상이다. 배우 박진희를 보면 항상 느끼는 점이 그랬다. 옆집 누나 혹은 동생 때론 차갑지만 속 깊은 큰 딸처럼. 그의 얼굴에는 구름 속 푹신함을 밟고 다니는 스타의 환상이 보이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 그와의 만남은 참 기분 좋은 설레임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근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와 한 케이블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외에는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박진희가 새로운 영화로 찾아왔다. ‘열세살, 수아’(2007)로 어린 소녀의 섬세한 감성을 스크린에 옮긴 김희정 감독의 신작 ‘청포도 사탕 : 17년 전의 약속’이다.제목만으론 어떤 영화인지 추측하기 힘들다.

▲사진 = 고이란 기자
17일 삼청동에서 만난 박진희는 이번 영화에 대해 “여성의 심리가 너무도 디테일했다”면서 “어린 시절 겪은 상처와 아픔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로서 흥미롭게 묘사돼 있었다”며 출연 결정 이유를 밝혔다.

다소 오랜만의 영화 출연이다. 그의 말대로 이야기의 완성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시나리오다. 신인 감독들의 신작 개발을 지원하는 프랑스 칸 영화제 ‘레지던스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선정된 영화가 바로 ‘청포도 사탕’이다. 배우로서 욕심을 낼만한 프로필의 작품이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박진희는 “사실 스토리의 완성도가 대단했지만,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고 보니 너무도 공감이 되는 작품이었다”면서 “아마도 나와 같은 나이의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힐링’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작품성과 공감대를 자신했다.

영화는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선주(박진희)와 소라(박지윤)가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만나면서 비밀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박진희가 연기한 선주는 틀 안에서 움직이는 정확한 인물이다. 직업도 은행원이다. 평생을 짜여진 생활 스케줄에 맞춰 살아왔다. 무엇하나 흠 잡을 것이 없는 인물이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박진희는 “선주의 모습에 어느정도 공감은 됐다”면서 “20대의 내 모습이 선주와 비슷했다. 일찍 연예계 생활을 했지만 나 스스로가 만든 선 안에서 나 자신을 잘 보호해 온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일탈을 꿈꿔봤어도 괜찮았을 텐대’란 아쉬움도 있다”며 웃었다.

아쉬움이 컸었다면 즐거움은 이번 영화에서 함께 한 가수 출신 박지윤과 선배 연기자 김정난과의 추억이다. 워낙 저예산의 녹록치 않은 현장이라 서로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았다고. 세 사람은 서로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단다. 그는 “30대 미혼 여자 세 명이 모여 있는데 무슨 얘기를 했겠나”라며 “접시 수백 장은 깨고 온 것 같다”고 웃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반면 넉넉지 못한 제작비로 인해 현장에선 아찔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부산 태종대 촬영 당시에는 엄청난 바람에 몸이 흔들려 큰일 날 뻔한 기억도 있었다.

박진희는 “나야 뭐 덩치가 있어서 괜찮았는데, 가녀린 박지윤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결국 한 스태프가 카메라 앵글 밖에서 허리춤을 잡고 촬영할 정도였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아직 영화는 언론 대상 시사회도 열리지 않았다. 영화 ‘청포도 사탕’. 대체 어떤 영화일까. 그 사탕, 달콤한 맛일까. 혹은 씁쓸한 기억의 후회일까.

▲사진 = 고이란 기자
박진희는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웃음)”면서 “음 글쎄, 우리 영화 대체 무슨 맛일까. 맛? 그냥 30대의 성장통 정도. 영화를 보고 각자의 맛을 찾아보길 바란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청포도 사탕 : 17년전의 약속’ 그리고 박진희.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같은 30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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