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해외주식 투자 붐] 해외투자 신풍속도… 시차 탓 올빼미 투자자 늘어

입력 2012-08-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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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학생은 물론 군대에서까지… 해외 투자 각양각색

#뒤늦은 열대야가 이어지던 지난 16일 밤 컴퓨터 앞에 앉아 미국 주식을 확인하던 주부 김씨는 증권사 번스타인의 보고서를 읽다가 한숨을 쉬었다. 해외 주식 투자를 시작하며 첫 종목으로 선택한 페이스북에 대해 번스타인이 ‘매도(SELL)’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밤10시가 넘어서자 여의도에 위치한 신한금융투자 나이트데스크의 전화벨들이 울리기 시작한다. 미국 뉴욕증시의 개장시간에 맞춰 주식을 매매하려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상담원들은 투자자들과 통화하며 매도, 매수 주문에 따라 자판을 치는 손길이 빨라졌다.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이제 투자자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말이 됐다. 미국·유럽의 주식시장에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달러·엔 등 외국 돈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투자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인 시차 때문에 그야말로 증권가 개미들이 올빼미족을 자처하며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은 보통 오후 4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0시30분에 끝난다. 미국은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47억7300만 달러 규모였던 해외주식 직접투자 금액은 2009년 97억5100만 달러, 지난해 125억3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5월 말까지 50억650만 달러에 달했다.

사실 1990년대 중반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허용됐지만 그 동안은 기업이나 투자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했고 중개 수수료도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 별로 중개 국가를 늘리고 기존 전화주문 방식 외에 미국 홍콩 등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도 매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면서 점차 대중화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때문에 해외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 역시 직군, 남녀의 차이를 떠나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우리투자증권 김진곤 상무는 “기존에는 해외 주재원이나 그룹오너, 유학생 등 해외에서 체류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투자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일반 회사원, 주부, 학생들까지 폭도 넓어지고 진입장벽도 낮아졌다”며 “예전엔 보통 수억원 이상 거액 투자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백만~수천만원 짜리 ‘개미’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신문기사를 보고 의뢰를 하다 거래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워렌버핏 등의 유명인에 대한 정보만 알아내서 그들을 따라다니며 투자하는 것도 최근 투자의 한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유학생 출신의 한 투자자는 입대 전 해외 주식을 사놓고 부대에서 전화로 주가 흐름을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주식 뿐만이 아니다. 달러·엔 등 외국 돈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개인투자자 역시 증가 추세다. 특징이 있다면 이들 중 대다수는 ‘김 여사’라고 불리는 전업주부라는 것이다. ‘김 여사’는 증권가에서 만든 신조어로 외화 투자에 적극적인 일본 주부들을 통칭하는 ‘와타나베 부인’의 한국 버전이다. 이들 김 여사의 투자 대상은 전 세계 국가다.

때문에 정보취득과 노하우를 쌓기 위해 증권사, 선물사, 투자자문 회사가 개설하는 강의를 찾아다니는 향학열을 불태우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현대선물 관계자는 “주부들의 경우 오전에 주문을 걸어 놓고 집안일을 본 다음 오후에 확인하는 식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리스크가 비교적 큰 상품이지만 요즘 수익 낼 곳이 마땅치 않아 1000만~2000만원으로 학습 겸 모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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