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신청서가 창구에서 발생하는 서류의 약 70%를 차지한다는 점을 착안, 송금·출금 신청서, 예·적금 가입용 예금거래신청서, 자동이체신청서, 전자금융신청서, 제신고서 등 6개 서식을 모두 전자문서화했다.
고객들은 창구에 비치된 태블릿PC 전자양식에 정보를 입력하고 전자펜으로 서명하면 된다. 도장을 스캔한 이미지를 서명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전자서류를 활용하면 갖가지 신청서를 줄여 창구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류 조작 가능성도 적어진다.
또한 고객이 입력한 정보는 금융결제원이 인증하는 타임스탬프(시점정보확인 서비스)를 발급받음으로써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 타임스탬프는 특정 시점에 전자서류상 정보 입력이 끝났음을 인증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농협은 금융거래 때 고객들이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것처럼 은행도 제3자인 금융결제원의 타임스탬프를 받음으로써 서류 위·변조를 방지하는 기능을 보완했다.
특히 농협은 하반기에 세 영업점의 운영 상황을 지켜보고 내년에는 전자문서를 다른 점포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체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3일 ‘종이없는 우체국 금융 창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본은 종이 형태로 보관하던 금융 업무 관련 전표·장표, 신분증 사본 등을 전자 문서로 보관하게 되며, 또 팩스로 전송하던 자기앞수표, 어음, 공과금 등의 결제 정보도 금융기관 간 이미지 교환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우체국 금융 창구는 연평균 2800만장(A4용지 기준)의 종이를 사용하는데 시스템 구축으로 16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은행도 내년 상반기 중 영업점에 전자서류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시스템 구축에 약 6개월이 걸리는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전자서류 이용이 보편화 될 것으로 보고 도입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이달 개점할 스마트브랜치의 영업이 안정화되면 전자서류를 이용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와 대한생명, 신한생명,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은 올해 상반기에 전자서명제를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전자서명을 하면 태블릿PC로 복잡한 보험 계약을 쉽게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자잘한 서명이 필요한 보험서류 절차가 간소화돼 보험설계사나 고객들이 크게 호응하고 있는 양상이다.
또한 1개 보험사가 연간 업무 처리에 사용하는 A4 용지만 평균 1억5300만장으로 나무 1만5300그루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환경보호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보험 계약에는 상품 설명서, 청약서 등 30여장의 서류가 필요하고 몇 차례 수정하면 계약 1건에 서류만 100여장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관계자들은 보험의 경우 전자서류 도입은 올 연말부터 보편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보험 계약에 전자서명을 적용한 삼성화재는 7월까지 1만5000건을 처리했다. 매달 200~300%씩 전자서명 계약이 늘고 있어 8월에만 1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의 경우 고객의 전자서명을 유도하고자 다양한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고객이 보험 계약 시 전자 서명을 하면 보험료를 1000원 한도에서 최대 1%까지 할인해준다.
이는 종이 문서 절약에 따른 보험료 절감 효과를 건당 1000원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사는 전자 서명 시 일정액을 환경기금으로 적립해 주요 지자체에 기부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생명은 이달 중순부터 전자서명제를 공식화한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전자서명제 도입을 위해 태블릿 PC 등을 보험설계사에 지급하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달 중순 전자서명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빠른 시일내에 보편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와 현대해상도 연내 전자서명제 도입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해상의 경우 내부적으로 전자서명 도입을 위한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내부 정리 작업을 거쳐 10월이나 11월에 전자서명제를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 흥국생명, 푸르덴셜생명, AIA생명, 흥국화재 등 대부분의 보험사도 연내 전자서명 도입을 준비할 방침이다.
이같은 전자서류 등의 도입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류가 전자문서화되면 은행이 멋대로 정보를 수정하거나 추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이에 따라 업무 효율화와 금융사고 방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