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규슈 공장은 도장과 차량 검사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자리에 ‘장인(匠人)’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자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회사는 많은 경영 자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술력을 중시하는 기업풍토에서 이런 장인의 역할은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입니다.”
일본 규슈에 자리한 렉서스 공장의 ‘니하시 이와오’ 사장은 강한 어조로 규슈 공장의 기술 장인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는 “제품 하나하나에 장인의 손길이 스며들고 그들의 열정과 혼(魂)을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붕어빵 찍어내듯 자동차를 순풍순풍 뽑아내는 공장이 아니다는 의미다.
◇극소수 기술장인을 중심으로 감성품질 빚어내=지난 24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현 미야와카시에 있는 도요타 규슈 공장은 의외로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렉서스는 1991년 일본 도요타의 고급버전으로 등장했다. 주력 시장은 미국. 감성과 주행감각은 물론 디자인까지 현지전략형으로 거듭났다. 2000년대 중반 일본에 소개되기 전까지 애당초 일본 본토에서는 렉서스가 없기도 했다.
이러한 렉서스가 짧은 시간에 ‘도요타의 단순한 고급버전’이라는 수식어를 떨쳐버린 이유는 뚜렷하다. 철저하게 독일차를 겨냥해 ‘품질제일주의’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성품질의 대명사인 도요타의 조립기술력도 스며들었다. 덕분에 벤츠와 BMW 등 독일 고급차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전 라인업에 오롯이 내려앉은 감성품질 덕이었다.
이러한 제품경쟁력의 근원지는 규슈 공장이다. 혀를 내두를만큼 꼼꼼한 조립 기술 역시 장인의 고장 ‘규슈’의 특성이기도 했다.
렉서스 품질경쟁력의 근원지는 극소수의 기술명장에서 시작한다. 7700여명의 규슈공장 근로자 가운데 ‘다쿠미’로 불리는 기술장인은 고작 19명 뿐. 최고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를 지칭하는 다쿠미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에게 상징적 존재다.
규슈공장은 여느 자동차 공장처럼 시끄럽고 매캐하며 난잡한 모습이 아니다. 공장 조립라인에 들어서자 근로자의 움직임과 작업모습은 조용하기로 이름난 렉서스와 다름없다.
모두가 진지한 눈빛으로 렉서스에 그리고 자신들의 담당조립 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흡사 수험생의 눈빛이다. 보디 패널과 패널의 간극을 하나하나 손으로 매만지며 단차를 맞추기도 한다. 손끝에서 시작해 어깨까지 타고 올라오는 감각은 조립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결같다. 매 2시간마다 ‘최적의 조립상태’를 손 끝에 익히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완벽한 시제품을 곁에두고 눈으로 그리고 손으로 꾸준히 확인한다. 그 감각을 바탕으로 라인을 타고 오는 조립품을 맞대한다. 최적의 상황을 똑같은 맞추기 위해서다.
곧 한국에 출시예정인 한국형 모델도 이곳 장인들이 빚어낼 예정이다.
연간 총 생산능력은 렉서스 IS, ES, RX 등을 포함해 45만대.
그러나 주간 2교대를 바탕으로 현재 35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장공정과 조립라인, 최종검사 작업 등을 오고가며 공장을 둘러보는 사이 온몸은 싸늘했다. 바깥은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일하는 조립라인은 사뭇 싸늘하기까지 하다. 천장 곳곳에 차가운 냉풍기가 조용히 돌고 있었다. 땀방울을 흘리며 조립에 매진한다는 것은 옛말. 끈적하게 땀범벅이 된채로 명차에 감성을 불어넣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직원들 모두 쾌적한 공간에서 하나하나 명품을 빚어내기에 분주하다.
무엇보다 조립라인 곳곳에 일하는 직원들은 허리띠 버클이 없다. 여직원 남직원 모두 벨크로 타입의 허리띠로 바지 허리춤을 두르고 있다. 이유는 하나. 행여 허리띠 버클이 조립때 차체를 상하게 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도요타는 2008년 리먼쇼크와 리콜,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어려운 역경을 견뎌내고 올 상반기 524만대 판매을 앞세워 조용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경영자를 비롯해 현장직원까지 높은 품질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본격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내달 한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 역시 이곳 ‘렉서스의 성지(聖地)’인 규슈 공장에서 출고된다.
짧은 시간 둘러본 규슈 공장에 곳곳에는 명차 렉서스에 대한 긍지가 가득했다. 나아가 조립라인에 돌고 있는 렉서스 ES에는 ‘메이드 인 규슈’라는 이곳 장인의 자부심이 오롯이 내려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