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이동훈 (유)법무법인 에이펙스 상임고문 "공정한 심판의 자격"

입력 2012-08-28 11:00 수정 2012-08-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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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이 더웠던 금년 여름,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내온 승전보는 열대야를 날려 보내는 청량제였다. 우리 선수들은 금메달 13개를 따냄으로써 대한민국을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다음 가는 세계 5위의 츠포츠 강국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번 런던올림픽은 심판의 잦은 오심으로 스포츠를 통한 인류화합이라는 숭고한 올림픽정신을 훼손시키는 오점을 남겼다. 수영 박태환 선수의 출발실격 오심, 펜싱 신아람 선수의 1초 오심, 유도 조준호 선수의 판정 번복, 축구에서의 패널티킥 오심 등 심판의 오심과 편파적인 판정으로 말미암아 지난 4년 동안 올림픽을 향해 일구월심 달려온 선수들은 허탈감에 빠졌을 것이다.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경기에서 이기고도 패자가 되었고, 지고도 승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발생했다.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는 어느 스포츠 해설자의 말처럼 “심판의 판정이 경기의 전부”가 되고 말았다.

스포츠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 곳이 시장이다. 시장에는 수많은 사업자들이 자기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운동경기에서 경기심판이 선수들의 반칙을 감시하듯이 시장에서는 경쟁당국이 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런던올림픽의 오심판정은 심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심판의 판정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 누가 룰을 지키며 정정당당히 경쟁을 하려고 하겠는가? 운동장에서든 시장에서든 경쟁을 감시하는 심판의 자격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공정하게 경쟁을 감시하기 위한 심판의 자격은 어떠해야 할까?

첫째, 심판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즉 심판은 게임의 룰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유도에서 유효인데 반판을 준다거나 하면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둘째, 심판관은 선수들의 행위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축구에서 보면 선수들이 교묘하게 심판의 눈을 피해 반칙을 하는데 심판의 적발능력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브라질전에서 지동원 선수와 김보경 선수에 대한 반칙은 분명 패널티킥이 주어졌어야 했고, 그랬더라면 승부도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심판도 사람인 이상 사실을 잘못 파악할 수도 있다. 비디오 판독과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심판의 관찰 실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축구처럼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지 않은 종목들이 많이 있다. 패널티 지역에서의 반칙 행위, 업사이드, 골인 여부 등 그야말로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판단에는 비디오 판독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심판의 판정에는 외압이나 정치적 의도가 작용해서는 안 된다. 심판은 불편부당하게 정확한 행위사실을 파악한 후 게임의 룰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어떠한 목적으로든 고의로 오심을 한다거나 한 번 내린 결정을 이유없이 번복해서는 안 된다. 심판 전원일치로 승자가 되었던 유도의 조준호 선수는 경기위원장의 입김으로 판정이 번복되어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넷째, 게임의 룰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배드민턴의 져주기 경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룰이 잘못된 데 그 원인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의 종목별 메달 수에도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다. 육상과 수영 등 강대국의 강세 종목에 많은 메달이 걸려 있고 특정국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게임의 룰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심판도 평가해서 오심을 반복하면 퇴출시키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상의 기준은 시장을 감시하는 경쟁당국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전문성이 결여되고 조사경험이 부족한 직원에게 시장의 감시를 맡긴다면 이는 게임의 룰도 모르는 사람에게 운동경기의 심판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심판의 오심은 운동장에서는 관중에 대한 기만이요,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불행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심판의 판정이 경기의 일부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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