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금융위기 뇌관] 집값 하락에 이자도 감당 못해… 금융권 손실 ‘눈덩이’

입력 2012-08-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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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켜진 주택담보대출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92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게 된 것은 주택담보대출 탓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922조원이다. 이중 아직 정산하지 않은 카드대금과 외상 등을 포함한 판매신용 부채 53조5000억원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868조4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제 1·2금융권의 대출액은 646조원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이 가운데 61%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빚을 단시간내에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게 한 원흉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던 사람들이 집을 경매로 넘기게 되고, 이는 다시 부동산가격의 폭락과 함께 부동산 시장과 금융권에 도미노식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부실 비율 6년만에 최고치= 올들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은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가계와 금융권을 연쇄부도로 몰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6월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중 대출자가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채권 비율이 0.67%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6월 0.7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07년 이후 부실 비율은 점차 낮아져 2010년 6월에는 0.37%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 2년 만에 2배 수준으로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대출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부실채권액은 늘어나면서 부실채권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주택대출 중 대출자가 빚을 제때 못 갚아 새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출액 규모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1조4000억원,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1조8000억원을 기록했던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액은 2011년에는 2조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이 새로운 부실채권이 됐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이익을 줄이더라도 부실을 더 많이 털어내도록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부실비율을 줄이는 방법은 부동산 활성화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하락이 아파트에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이어지면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통계청의 지난해 가계금융조사에서 전국 다세대·연립주택 평균 가격이 2010년 8196만원에서 2011년 6798만원으로 17.1%포인트 떨어졌다. 다세대·연립주택 거주자의 평균 담보대출액은 2919만원으로 연립·다세대주택 집값 6798만원의 42.9% 수준이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한 대출이 봇물처럼 터지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 2금융권도 부실화 심각한 수준= 보험권의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 비율도 사정이 녹록치 않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금감원은 6월말 기준 보험회사 가계대출 잔액이 72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400억원(0.19%) 감소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착시 현상에 가깝다.

우선 가계대출 중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6월말 현재 44조6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월말 잔액이 21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2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들이 자산유동화증권(MBS)형태로 주택금융공사에 넘긴 5207억원을 제한 금액이다. 보험사 장부상으로는 5207억원이 감소하지만, 대출자의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이를 반영하면 6월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조4207억원으로 늘어난다. 실제로는 보험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1818억원 증가한 셈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6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60%로 전월 대비 0.03%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0.50%로 전월 대비 0.02%p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택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0.43를 기록한 뒤 매분기마다 0.1%가량 상승하며 0.6%대까지 올라선 상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는 시중은행보다 심각한 수준다. 지난 4월 말 기준 저축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8.2%로 은행권(0.9%)의 9배를 넘어섰다.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저축은행이 20조3000억원, 상호금융이 160조1000억원 등 총 180조4000억원이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은행보다 제 2금융권에서 먼저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제 2금융권의 LTV는 최고 70%로 은행(수도권 50%)보다 규제가 느슨하다. 더욱이 은행에서 LTV 한도를 꽉 채운 집을 담보로 추가로 빌려주는 후순위 대출이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치 침체로 담보가치가 하락해 LTV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이 늘고 있다”면서 “이 경우 경매 등을 통해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순위 채권이 많은 제2 금융권은 채무회수가 어려워 은행보다 먼저 부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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