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던 검찰발 사회면 기사의 일부다.
사건의 장본인 최씨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던 거물로 사기도박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종자돈 삼아 사채시장과 증권가로 진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찍기’와 ‘꺾기’ 수법으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했다.
사채시장의 전문용어인 ‘찍기’와 ‘꺾기’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찍기와 꺾기의 구분은 자금 회수 시점에 따라 구분한다. 증자 직후 자금 전부를 빼가면 ‘찍기’, 일부만 빼가면 ‘꺾기’다. ‘가장납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명백한 불법행위다.
주로 ‘3자 배정 유상증자’ 를 통해 유입되는 데 증자 참여자가 대주주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개인 명의인 경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페이퍼 컴퍼니나 대주주 명의가 사용되기도 한다.
유상증자 공시서류상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해 복잡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배정 주식수와 발행가액을 곱하면 투자금액을 알 수 있다.
많은 상장사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은행과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들 자금을 활용한다.
찍기는 유상증자 당일 돈을 집어넣고 10% 전후의 이자를 받아 챙긴 뒤 다음 날 모두 가져간다. 사채업자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매우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고 기업은 서류상이기는 하지만 재무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찍기 기업이 실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신주 상장일에 현물로 주식을 찾아 주식담보로 추가 대여금을 빌리는 방법이 유일하다.
꺾기 역시 비슷한 수법인데 투입 자금 전부가 아닌 일부만 먼저 빼내 간다는 차이가 있다. 꺾기자금이 투입될 경우 명동에서 원하는 꺾기 비율은 최소 50% 수준이다. 예를 들어 3자배정 유증으로 100억원이 납입됐다고 가정하면 50% 이상을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금전대여 명목으로 명동에 다시 넘겨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10억원 가량을 납입과 동시에 이자 명목으로 지불해야 하고 50억원을 CD로 돌려주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해당 기업은 어쨌든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납입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즉시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다. 특히 이들 기업의 경우 배임·횡령으로 얽히는 사례가 꽤 많았던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년 새 상장폐지됐던 A사, D사, N사 모두 가장납입으로 생명을 연장한 것이 상장폐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