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①]오아시스인가, 신기루인가…정부 재추진 논란

입력 2012-09-03 17:14 수정 2012-09-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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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치료비용 감소”vs 의료계 “병의원 붕괴 불가피”

최근 기획재정부가 병원을 가지 않고도 화상을 통해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 제도화를 추진하자 논란이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도 원격진료를 추진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고 이번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IT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의 요구인 원격진료는 향후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것이므로 실제 물이 넘쳐나는 오아시스 일지, 한낱 신기루에 그칠지 다양한 측면에서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원격진료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원격진료를 놓고 정부와 의료공급자인 의사단체, 국민이 합리적인 논의 없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원격의료의 목적이 뭔지, 어떤 모형의 원격의료를 얘기하는 건지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서로 각자의 주장만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원격진료에 대한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문제를 공론화해 이해당사자들과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적 논의에서 벗어나 의료전달체계 전체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격진료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의료의 제공, 진단, 자문, 치료, 의료 정보의 전달 등 일체의 활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지난 17일 정부는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해 온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원격진료 도입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교도소 수감자, 오지 거주민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원격진료 도입 추진 소식에 지난달 28일 한때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비트컴퓨터와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업체인 유비케어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기도 했다.

동네 의원을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원격진료가 도입될 경우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지역 접근성에 기반하고 있는 개원가의 몰락을 야기하며 기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검색을 해도 안 나오는 생소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Health)’를 미래 먹거리라고 선정했는데 국토가 작고 인구가 많으며 ‘무의(無醫)촌’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실상 수도권의 대형병원은 몇 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함에도 복도에 대기 줄이 넘쳐나고 지방 병원은 환자가 없어 경영난을 겪을 정도로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격진료를 추진하는 것은 고령인구와 만성질환자 급증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편리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국민적 요구와 헬스케어 관련 의료기기 및 IT업체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보건의료미래위원회의 ‘2020 한국 의료의 비전과 정책방향’ 보고서(2011)는 고령화, 고혈압·당뇨·심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의 증가, 의료욕구 증가 등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피할 수 없으며 이것은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 결과(2010년12월)에 따르면 u-Health 서비스로 인해 1인당 연평균 진료비 절감액은 최소 2만8301원에서 최대 4만4798원으로 산정되며 1인당 연평균 최소 2만177원에서 최대 3만2039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절감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됐다. 또 2030년에 보험 급여비 감소분은 최소 6226억원에서 최대 1조46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의원협회 관계자는 “원격진료는 만성질환 노인들의 의료비 이용에 따른 건보 재정 부담이 크므로 병원 이용을 줄여 재정 안정화를 꾀하려는 억제책”이라면서 “사실상 정부의 필요에 의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도입을 촉구했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되 대형병원으로 환자 편중이 가속화되지 않도록 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의료 접근성이 좋다고 하지만 도서벽지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면서 “무의촌은 없을지 몰라도 전문의가 없는 곳이 있으므로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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