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신용카드 수수료를 깎아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는 데 모두 쓰겠다는 입장을 표하자 카드업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와 각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때 부과되는 평균 2.5~3%의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금융 당국과 카드사에 요구하기로 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어서 고율의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국산 신차 2.3%, 백화점 2.1%, 슈퍼마켓 2.0%, 종합병원 1.5%, 골프장 1.5% 수준이지만 보험만 유흥업소에 버금가는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는 이유에서 고수수료율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율을 0.5~1% 포인트 낮춰 그 재원으로 자동차 보험료를 내린다면 하반기에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2% 정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카드사들은 손보사들이 대형 가맹점이므로 평균 2.5~3% 수수료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하며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이런 상한선은 중소 가맹점에 해당하며 보험사와 같은 대형 가맹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고수한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가맹점에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수익률이 확 떨어진 상황에서 보험 수수료마저 깎이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우리 또한 경영이 힘든 상황이라 협상 요구 자체를 외면한다”면서 “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폭만큼 자동차보험료를 깎겠다고 하니 여론이 무서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 적용되는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보험업계에 유리하다. 수수료율 상한선이 2.8%로 제한돼 자동보험료 수수료도 2%대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