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제조건"

입력 2012-09-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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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외국계 대주주가 국내 모 자동차부품회사에 대해 상장폐지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결국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불발이 됐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의결권의 행사가 적정했느냐하는 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그 규모가 세계 4대 기금에 속할 정도로 크다. 국내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회사가 190개 이상에 육박했다. 국민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코, 하이닉스, KT, KB금융, 하나지주회사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다. 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에 따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는 연기금들이 의결권행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기금들이 주주행동주의의 영향 하에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여부 찬반논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극적인 의결권행사는 회사지배구조개선 등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인 면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을 일반적으로 거론한다. 2004년에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에서 슈퍼마켓인 세이프웨이의 CEO를 해고하려고 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퇴직연금의 위원장이 식료품노동자연합노조의 임원을 겸하고 있어 상호 이익충돌의 문제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노조 위원장의 이해관계 때문에 CEO의 해고를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가 알려지면서 캘리포니아 노조의 해고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이는 우리에게 뜻하는 바는 크다. 만일 국민연금에서 부적정한 의결권행사를 한다면 그 폐혜는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규모가 엄청난데다 국내 상장사의 지분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행사문제는 간단하게 논의될 성격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가 개혁돼야 한다. 또 현재 기금운영에 있어 비상설적인 기금운영위원회만으로 그 독립성과 적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워 이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부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담당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다음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인력의 전문성과 전문 인력의 보강이 시급하다. 이와 아울러 의결권행사전문 서비스기관으로부터의 조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 분야는 소수의 외국기업만이 독점하고 있어 그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의 의결권행사 전문서비스 기관이 점진적으로 육성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의 가이드라인도 재검토돼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보장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적정한 방법으로 공시돼야 부당한 의결권행사를 배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적정한 의결권행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해관계충돌 등을 포함해 기금운용관리자의 충실의무위반에 따른 법적분쟁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부분에 대해 충분하게 사전에 검토가 된 이후에 국민적인 공감대형성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최근 여야 모두가 각자 별개로 발의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행사법안이 기업 경영권에 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범사회적인 합의와 공감대하에서 좀 더 신중하게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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