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이코노미스트 콘퍼런스 벨웨더 시리즈 2012’ 포럼에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득증가율이 지출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이자부담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은 금통위 7월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대비 대출원리금 상환비율(DSR)이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불거지기 시작할 당시 미국 가계의 DSR 수준에 근접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DSR이란 가계가 연소득 가운데 실제로 얼마를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 DSR은 2007년 3분기 14.08%로 최고치였으며 같은 해 4분기에도 14.02%로 14%를 웃돌았다. 미국 DSR이 최고치를 기록한 시기는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정점을 찍은 직후다. 이후 미국 주택 시세는 급락하면서 2008년 미 주택시장 붕괴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국내 DSR이 2010년 11.4%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졌고 지난 3월 말 14%를 웃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 채무자의 DSR은 23%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4일“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위험성은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으나 한은의 경고는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실제로 정부의 진단과 달리 한은의 경고를 뒷받침해 주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올 1분기 8000억원 감소했던 가계부채는 2분기 다시 11조원 급증해 사상 최대인 922조원을 기록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지적처럼 가계상환 부담으로 봤을 때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며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출이 많이 늘어나는 등 가계대출의 질 악화가 계속되고,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면 가계부채 우려는 가속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