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실물' 없는데 '정보'가 되겠나…"손님이 없어요"

입력 2012-09-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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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업계

“네이버 때문에 시장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요즘에는 부동산 경기까지 나빠서 이대로 망하는거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대표는 불황이 온 이유와 최근 업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히 네이버를 들먹이며 거대 유통업체가 동네 골목상권을 집어삼킨 꼴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부동산정보업체 총 매출의 70% 이상이 회원중개업소의 가입비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 하지만 지난 2009년 네이버가 정보업체를 통하지 않고 중개업소를 바로 회원으로 받는 직접영업을 시작하자 수익구조가 완전히 무너졌다. 덩달아 건설사들도 분양 광고를 네이버에 몰아주면서 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뺏기게 됐다고 했다. 그는 “회원사를 뺏기지 않기 위해 가입비 할인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재계약하기도 벅차다. 네이버 때문에 회원사 매출이 반토막 이상 나 정상적인 회사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매출 급감…인력 대거 구조조정 =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업체들의 500억원 안팎 규모의 부동산 정보부동산 정보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정보 업계가 고사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대평 포털업체가 뛰어든 분야가 정보업체들의 주 수익원인 아파트 시세 제공과 함께 매물정보 관련 사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동산정보 업체를 배제한 아웃소싱 회사를 내세워 직접 중개업소로부터 정보를 받아 온라인에 개제하면서 정보업체의 기존 회원사 마저 뺏어 가고 있다. 웬만한 중소 정보업체는 이미 문을 닫았거나 유명 업체마저 회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 질 정도로 업계에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한때 업계 1,2위를 다퉜던 부동산 1번지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이 호사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기에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쇠락한 부동산 경기와 포털의 공세로 회사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략 3~4년전 1만6000여개에 이르던 중개업소 회원사가 5000여개 이하로 쪼그라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연 회원 가입비가 50만원이라고 가정해도 회원사 매출이 80억원에서 25억원 수준으로 3분의 1토막 가까이 난 것이다. 지난 2006년 150여명이 넘었던 직원 수도 현재 30~40명 수준으로 급감 했다. 그나마 부동산 정보업체의 핵심 인력이라고 할수 있는 리서치 인력은 5명내외까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중개업소에서 올리는 시세 입력은 가능하지만 분양 데이터 등 다른 기본적인 데이터 축적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부동산 정보업계 1위인 부동산 114도 중개업소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택 시장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보니 관련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114의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10%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아파트도 수년간 이어온 업계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리서치 센터 등 인사 단행을 통해 꾸준히 내부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 때 부동산 정보업체 직원수는 대부분 100여명을 상회했었다. 지금은 대부분 영업 직원까지 합해도 직원들이 40명을 넘지 못한다”고 전했다.

◇리츠사 인수하고 홍보·분양·광고 대행까지 = 업계가 한계 상황에 몰리다보니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살아남기 위한 사업 다각화 전략도 눈물겹다.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라디오 광고를 진행하는가 하면 자신의 텃밭이던 온라인을 버리고 다시 리츠나 분양, 광고 대행 등 오프라인 시장으로 또다시 회귀하고 있다.

부동산1번지는 리츠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온라인 시장이 아닌 오프라인 시장에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1번지는 리츠사를 인수, 리츠 시장에 진출해 직접 투자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회사내 오프라인 영업 조직까지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1번지 관계자는 “포털이 시장을 잠식하다보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사업방향은 아직이다. 하지만 향후 리츠사 인수는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포털 리얼투데이는 지난 7월 개별지역에서 1년내에 판매될 수 있는 아파트총 수요와 현재 공급량을 분석해, 지역별 수급변화를 월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아파트 단기수요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이 모형은 거시경제지표와 아파트 공급량, 미분양 등의 변화가 분양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이 업체는 또 분양 홍보와 광고 대행까지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충주기업도시 홍보대행을 맡아 진행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 114는 지난달부터 지난 1999년 회사창립 이후 처음으로 20초짜리 라디오 광고를 시작하고 있다. 이 광고는 '대한민국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114로 통한다'는 컨셉트로 진행되는 브랜드 광고다. 나아가 지난 7월부터 신용평가전문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금융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기업 수요분석 서비스인 알지오(R-geo)를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하던 온라인을 버리고 오프라인으로 회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걸 보면 업계의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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