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W 시즌 런웨이에선 실용적인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한 리얼웨이 룩(Real way look)이 선보여졌다. 니트와 가죽을 주요 소재로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칙칙한 모노톤이나 블랙 공식은 사라지고 임팩트 있는 레드와 반짝이는 금색, 은색이 런웨이를 점령했다.
더욱 시크하고 섹시한 블랙=F/W시즌마다 블랙은 더욱 시크해지고 섹시하게 표현됐다. 소재의 차이에 따라 매트하거나 광택감 있는 소재가 서로 믹스되어 나타났다. 블랙에 화이트나 레드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해 진부함을 벗어났다. 겐조는 80년대 제복 스타일을 적극 반영했다. 힘을 잔뜩 준 허리벨트로 여성스러움을 더해 밀리터리를 멋지게 소화시켰다. 드리스 반 노튼의 각이 살이 있는 실루엣의 코트와 슈트는 엄숙함이 느껴진다. 오버사이즈 디자인은 시크한 분위기 속에 은근한 섹시함을 어필한다.
강렬한 레드 컬러=이번 런웨이에는 채도 높은 강렬한 레드가 대거 등장했다. 마르니는 시그니처 프린트를 과감하게 덜어내는 대신 생생한 레드 색상을 선보였다. 선과 형태감을 살린 실루엣의 아우터와 스커트, 벨트 디테일이 함께 어우러져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모던함을 적절하게 보여줬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레드 컬러의 강렬함을 지극히 심플하게 풀어냈다. 디테일은 과감히 생략하고 레드 컬러 그대로의 화려함만을 전달한다.
다양한 기법으로 탄생된 가죽=가죽은 이번 시즌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블라우스, 팬츠, 스커트 등 아이템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에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왁스 코팅이나 메탈릭 느낌을 살렸다. 알렉산더 왕은 가죽 아우터를 전면 내세웠다. 왁싱 처리한 스웨이드 가죽, 고무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까지 사용해 독창적인 소재 변화를 보여줬다. 마크제이콥스는 혁신적인 가죽 소재의 룩을 선보였다. 이자벨 마랑은 레이저 커팅 스커트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가죽 의상을 보여준다. 에밀리오 푸치는 광택이 도는 가죽 아우터를 선보였다. 빳빳해 보이는 듯 부드러운 느낌이 특징이다. 날렵한 실루엣이 파리지엔의 시크함을 선사한다.
화려함의 극치 글리터(glitter) 룩=이번 시즌에는 반짝이는 것이 눈길을 끈다. 더불어 금빛 혹은 은빛의 글리터 소재를 사용한 재킷과 원피스, 은사를 섞어 짠 스웨터 등이 스타일링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에밀리오 푸치는 호화로운 금빛 슈트를 선보이며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고 있다. 심플하고 간결한 테일러링(tailoring) 의 지극히 모던한 디자인이지만 소재를 활용해 우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크제이콥스는 디테일을 줄이고 억지로 꾸민 듯한 느낌보다는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전달했다. 특히 각도에 따라 다른 반짝임이 드라마틱함을 선사한다. 데스킨스 띠어리는 은은한 글리터 재킷을 선보인다. 과하지 않은 펄감이 고급스러운 무드를 자아낸다. 손정완은 골드 원피스를 선보였다. 광택이 더해진 소재를 덧대어 현대적이며 세련된 감각을 더해주고 있다.
벌키 니트의 향연=올해는 니트의 조직력이 더욱 단단해지거나 경쾌한 톤으로 등장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핑크, 베이지의 화사한 컬러가 칙칙해지기 쉬운 가을 겨울 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더욱 견고한 짜임새와 두터워진 소재 덕분에 한겨울에도 활용도가 높아졌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과연 이게 니트일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벌키한 니트와 여성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살려주는 원피스, 스웨터와 스커트가 한 벌을 이루는 투피스까지 선보여 여느 때보다 니트에 힘을 실었다.
현대적으로 변형된 밀리터리 룩=잠잠했던 밀리터리 룩이 이번 시즌 파워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밀리터리의 상징 카무플라주(camouflage)는 배제한 채 제복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형했으며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어우러져 중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모스키노는 밀리터리 트렌드를 가장 직설적으로 반영시켰다. 금장버튼의 재킷, 챙이 넓은 카우보이모자, 골드 링 귀걸이 등을 매치했다. 무엇보다 지루한 밀리터리 룩이 아닌 모스키노만의 재미있고 유쾌함이 주목할 만하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역시 금장 버튼의 박시한 아우터를 선보여 꾸미지 않은 듯 시크하고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