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이사는 자신을 소개할 때 늘 기술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홍준기 대표는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홍 대표가 담당한 업무가 바로 컬러TV 개발실 회로설계 부문이다. 이후 영상사업부 인사부장과 컬러TV 품질평가 그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력이 기술개발과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했다.
2006년 웅진코웨이로 자리를 옮길 때에도 홍 대표는 해외사업과 R&D(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로 옮겼다. ‘기술개발’은 마치 홍 대표에게 연관검색어와 같은 의미인 셈이다.
예정에 없던 순서에 여성 연구원은 당황해했지만 아버지처럼 뒤에서 든든히 지켜준 홍 대표를 믿은 듯 ‘다빈치’ 제품의 우수기술에 대해 자신 있게 발표했다.
이는 기술개발에 대한 홍 대표의 애정을 단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이 날 간담회도 홍보실을 비롯한 경영지원부문 담당자들은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기업매각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갖는 간담회를 처음에는 만류했다”며 “하지만 홍 대표가 ‘이렇게 좋은 제품이 나왔는데 기업매각과 상관없이 당연히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간담회를 강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정에 없던 연구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던 것도 6년이라는 시간동안 기술 및 제품개발에 매진한 연구원들에 대한 칭찬을 우회적으로 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품은 홍 대표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홍 대표 스스로도 “통상 정수기 신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기간은 길어야 2년”이라며 “하지만 이번 제품이 6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다빈치’에 적용된 기술들이 명실상부한 현존 최고의 기술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빈치’가 세상에 나오려고 연구단계에 들어갔던 2006년은 홍 대표가 웅진코웨이로 적(籍)을 옮긴 해이다. 홍 대표는 “다빈치는 나와 웅진코웨이 입사동기나 마찬가지”라며 신제품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다.
‘다빈치’가 현존 최고기술의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의 욕심은 그치지 않는다.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향후 정수기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지금도 2~3가지 연구 중”이라며 홍 대표의 기술에 대한 무한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해피홍’의 행복경영은 지속된다= 홍준기 대표의 별명은 ‘해피홍’이다. 이는 그의 경영철학인 △행복경영 △나눔경영 △배려&또또사랑 중 하나로, 모든 직원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코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홍 대표는 ‘코웨이 해피홍’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경영과 개인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매달 두 세 차례에 글을 올렸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해피홍이 쏜다’라는 이벤트를 열고,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에 고생한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수박을 나눠줬다.
또 지난해 웅진코웨이 사내 SNS ‘코끼리’가 론칭할 때는 직접 코끼리 모자를 쓰고 사내를 돌아다니면서 직원들과 게임을 하는 등 사원들과 격의없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소통을 좋아하다보니 때로는 직원들이 난색을 표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기술개발에 대한 집착이 많은 성격탓에 서울대에 위치한 연구소를 수시로 방문하기 때문.
웅진코웨이 한 연구원은 “때로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도 방문하는 등 기술개발현황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다”며 “특히 최근에는 사전연락도 없이 현장에 오는 경우가 많아 늘 긴장상태”라고 전했다.
매각 과정에서도 직원들의 동요가 일어날까봐 매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임직원들을 사내 강당에 모아놓고 매각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등 ‘다니고 싶은 회사’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약력>
△1958년 경기도 안산 출생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사 △삼성전자 컬러 TV 개발실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인사부장 △삼성전자 멕시코생산법인 담당부장 △삼성전자 스페인 생산법인 공장장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판매 법인장 △웅진코웨이 해외사업 및 R&D 총괄 대표이사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