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치 일선 후퇴를 선언함으로서 농민과 노동자를 대표하겠다던 강 대표의 초심은 진보정당의 꿈과 함께 무너졌다.
이에 따라 신당권파 측은 탈당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구당권파는 당 대표 직무대행을 선출하고 비례대표 4명의 제명에 대해 소송을 하는 등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강기갑 눈물의 탈당 = 강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과 단결이라는 양팔을 펼치며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통진당은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렀다”며 눈물로 탈당 선언을 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 했지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면서 “이제 저는 구당부득 반구제기의 책임을 통감하며 오늘 당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번 당 내분으로 인한 5·12 중앙위원회 사태를 겪으며 저의 지난 8년간의 의정활동의 소신과 긍지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며, 자괴감에 하염없이 울었다”며 “무엇보다, 민심을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 하는 진보는 결코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간곡한 호소도 무위로 끝나버린 지금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제 탓이다”면서 “모든 것이 지나간 지금 그동안 당원동지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지난날을 기억하며 이제 민주노동당에 이어져 온 통진당의 당적을 내려놓겠다”고 덧붙였다.
◇신당권파 탈당 속도…구당권파 여전히 반발 = 이 같은 강 대표의 탈당으로 신당권파 의원들의 탈당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동원·노회찬·심상정 등 지역구 의원 3명도 조만간 탈당 의사를 밝히고 이미 탈당한 박원석·정진후·서기호·김제남 등 비례대표 의원 4명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국민참여계 당원 3000여명은 11일께 탈당계를 낼 계획이며 인천연합, 통합연대 등 계파도 탈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당권파 측 천호선 최고위원은 “내일 이후 다른 분들의 탈당도 시작될 것 같다”며 “이번 주 안으로 당내 비중 있는 분들이 탈당을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탈당 자체만이 목적은 아니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강 대표의 탈당에 대해서는 “오늘 탈당계를 제출하실 것”이라며 “당분간 정치 일선 후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구당권파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구당권파 측 이상규 의원은 “오늘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규에 따라 민병렬 최고위원을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례대표 4명의 제명과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모든 당원의 뜻에 따라 당선된 만큼 사퇴는 몰라도 편법을 동원한 일방적인 탈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