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의총에서 갈등만 재확인...경선 이후 내분 심화할 듯
민주통합당이 대선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오전 당 쇄신방향을 논의하는 긴급의총을 열었지만 당 쇄신과 관련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갈등만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당내 비주류 의원 40여 명의 요구로 이날 의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경선의 흥행 부진과 당내 쇄신 문제, 지도부 책임론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초반부터 방식과 공개여부를 놓고 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마찰을 빚었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그간 (의총을) 비공개로 진행해왔는데 오늘은 왜 이례적으로 (공개로) 하느냐”고 따졌고, 안민석 의원도 “(의총 소집 요구에) 서명한 의원들에 대한 추궁이 있었다는 말이 들린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박지원 원내대표는 “추궁은 아니었고 (서명과 관련해) 이언주 원내대변인에게 물은 적은 있다”고 해명한 뒤 “서명한 분이 39명이지만, 제게 와서 (서명을) 안 했는데 거기 들어갔다는 분도 있더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당초 2시간 모두 공개하기로 한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해 진행됐다.
당 운영을 둘러싼 심상찮은 갈등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지난 9일 세종·대전·충남 경선에서 일부 후보 지지자들이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날계란과 물병을 집어 던지며 분열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한 것을 두고도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4선 이상 중진의원 11명도 긴급 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에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이해찬(대표)-박지원(원내대표) 2선 후퇴론’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중진 모임을 주재한 박병석 부의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기본적으로는 불신의 문제가 있는 것이고 불신을 가져오게 된 것은 지도부와 당원 간, 후보 간의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라며 “소위 모바일 투표의 과대 대표성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 퇴진론을 요구해왔던 당내 초·재선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강도 높은 쇄신안 마련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