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Fidelity)는 1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스페인·이태리 등의 향후 반응이 유로존 위기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봤다.
피델리티는 ECB가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무제한 국채 매입(Outright Monetary Transaction)을 발표한 데 대해 “그동안 ECB의 추가적인 개입에 대한 시장 기대감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결정으로 단기적인 시장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며 “ECB가 국채에 대한 선순위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 채권자와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점도 민간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ECB의 추가 개입이 시장참여자들에게 긍정적인 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유럽위기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가 구제 금융의 전제조건을 따르지 않는 경우 해당 국채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ECB의 OMT 실시 결정에 대한 독일 분데스방크의 반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불태화 형식의 국채 매입(sterilized purchase)이라는 점을 세 가지 잠재 이슈로 꼽았다.
피델리티는 “이번 ECB 결정 이후 시장참여자들은 스페인 등 국채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을 잘 이행할 계획과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리스탄 쿠퍼(Tristan Cooper) 피델리티 유럽 국채 담당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유럽 주변국의 국채들의 가격은 ECB의 추가 개입에 반응하며 단기적으로 상승랠리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만약 구제금융 신청에 대해 스페인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다시 국채시장의 큰 폭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면, 이태리 역시 구제금융 프로그램 신청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국채는 ECB의 개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ECB의 금번 결정은 두 국가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레버 그리섬(Trevor Greetham) 피델리티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이번 ECB의 추가적인 개입은 유로존 붕괴에 대한 우려를 완화했다는 점에서 유로존 주요국가의 산업확신지수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반면 “주변국의 경우 재정긴축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제로 수준이 되더라도 한동안 경제성장 둔화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시중 조달 금리가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경제 회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리섬 매니저는 “유럽 주변국들의 겪고 있는 경제 둔화에 대한 부담이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지원을 통해 완화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주변국과 핵심국간의 경제성장 격차가 만성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결국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인 이슈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