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1일 민주통합당 후보가 결정된 후 자신의 대선 출마여부를 결정해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끝나는 대로 며칠 내 대선출마에 대해 국민께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원장이 대선출마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원장은 그동안 대선 출마와 관련된 행보를 거듭하면서도 출마여부와 관련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안 원장은 지난 7월 '안철수의 생각' 출간 이후 폭넓게 국민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유 대변인은 “재야 원로에서부터 민주당 의원, 지역민 등 다양한 분야, 계층, 세대와 만나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누었다”며 “이제 국민과 약속한 대로 국민께 보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출마 입장 발표 시점은 둘 중 하나다. 민주당 순회경선 마지막 날인 16일 서울 경선에서 후보가 최종 확정될 경우엔 내주 중반께 발표할 수 있다.
만약 순회경선에서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 23일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엔 9월 마지막 주에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늦어도 추석 전에는 출마여부를 발표하게 된다.
유 대변인은 “민주 경선이 유동적이라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16일이 되든 23이 되든 끝나면 그주 주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입장 발표 시기를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로 못박은 것은 기본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혹은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입장 발표시기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결정이 완료된 후로 미룸으로써 잠재적 단일화 대상인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주지 않고자 하는 의지로도 읽힌다.
안 원장은 그동안 현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을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 6일에는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 새누리당의 ‘불출마 종용’을 폭로하면서 반 새누리당 전선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안 원장은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 후보와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다만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 논의는 ‘안 원장의 선 민주당 입당’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안 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하더라도 당분간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후보, 안 원장의 구도로 대선판이 짜여질 가능성이 크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단일화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안 원장과 정책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단일화는 후보가 판단할 문제”면서 “중요한 건 정당이라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통해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철수는 안철수의 시간표에 따라 자기 일정 행보를 가지면 되고, 민주당은 민주당의 약속대로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위해 온 힘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가 자신과 뜻을 맞는 인물이 될 경우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안 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와 20분간 단독으로 만난 후 출마를 포기하고 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최근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안 원장의 출마 여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유영민 대변인은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출마여부를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