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투자 열기]‘최악 속 최선’… 미 국채 인기는 계속된다

입력 2012-09-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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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에도 식을 줄 모르는 미국 국채 인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최악 속의 최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로존(유로 사용 17국)의 재정위기로 전세계에서 안전지대가 사라지자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한 미국 국채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RBC캐피털마켓의 톰 포셀리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국가적인 리스크를 감안할 때 미국은 최악 중 최선이 된다”며 “미국은 사실상 반사익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채무 한도 상향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의회가 갈등을 빚은 작년 여름 이후 정치 상황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여야의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작년 여름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위인 ‘AAA’에서 한 단계 하향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도 자금의 안전한 도피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를 혼란에 빠뜨린 유럽 채무 위기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은 미 국채로 몰리고 있다.

미국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현재 1.6%대로 사상 최저 수준.

7월 인플레이션율이 1.4%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미 국채에 투자해도 이익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재정절벽’에 대처하지 못하면 내년 미국채 신용등급은 한층 더 강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절벽은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의회가 올 연말까지 재정적자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면 2022년까지 1조2000억달러의 지출이 자동 삭감되면서 실물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

이론적으로 국채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리스크가 고조돼 수익률은 상승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상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여름 미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동시에 유럽 채무위기가 심화했을 때 투자자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추락보다는 오히려 유럽 문제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것.

미국 뿐만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등 유로존의 경제대국들도 신용등급 강등 경고를 받고도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유지될 수 있는 나라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도 투자자들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나라의 국채를 물색하고 있다.

안전투자를 중요시하는 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더 열을 올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자금 유입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책 당국이 미 국채 수요가 높다는 점에 안주해 채무 문제 해결에 태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시로파이낸셜의 아돌포 로렌티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흐름은 정책 당국으로 하여금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만족하는 태도를 유발하고 있다”며 “정부를 자극할 만한 상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내년에 강등되더라도 수익률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냐는 등의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안 마리아 밀레시-페레티 이코노미스트는 “그렇게 되면 채권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미국 이외 국가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데다 경제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 탓에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강해 즉각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상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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