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골프 세계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박세리가 국내 대회 경기 진행 방식과 골퍼들의 늑장 플레이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10일 끝난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만난 박세리는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박세리는 이날 오전 9시25분에 출발해 오후 3시30분까지 무려 6시간이 넘게 경기를 했다.
박세리는 “날씨가 맑은데도 6시간 넘게 경기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LPGA 프로암 대회도 5시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경기 진행 미숙이 경기시간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조가 오전에 출발하다보니 필드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그는 “한 경기에서 수차례에 걸쳐 15분, 20분 씩을 매 홀마다 기다리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전, 오후로 나눠서 나가야 선수들도 경기 진행을 빨리하고 기량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박세리 뿐 아니라 오랜만에 국내 경기에 출전한 최나연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세리 언니 생각에 동의한다. 경기가 6시간 걸리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연결돼 경기력에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LPGA 투어는 1~2라운드의 예선전은 오전과 오후로 시간을 나눠 경기한다. 반면 KLPGA 투어는 모든 조가 오전에 한꺼번에 출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후반 홀에 선수들이 몰려 결국 지연되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반복된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지난달 28일 끝난 한국여자오픈에선 LPGA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시간을 나눠 플레이 했다. 당시 131명의 선수들을 오전, 오후조로 나누어 출발시켰다. 소요되는 경기시간은 종전 방식과 비슷했지만 막히는 구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편하게 마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세리와 최나연은 협회의 경기 진행 시스템 외에도 선수들의 늑장 플레이에 대해 충고했다. 박세리는 “선수들의 플레이 속도도 빠른 편은 아닌 것 같다. LPGA 투어가 열리는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거의 뛰어다닌다. 국내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경기 시간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최나연도 “선수들의 슬로우 플레이 역시 개선을 해야 한다. 8년차 선수로서 후배들의 플레이를 보면 느리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더 걸음을 빨리 해주고 티박스에서 세컨샷 지점으로 이동 할 때에도 빨리 걸은 다음 여유 있게 플레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