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수식하는 이력은 다양하면서 화려하다. 차업계에선 그를 일컬어 자동차 영업사원이 오를 수 있는 ‘정점’이라고 일컫는다. 이름 그대로 ‘전설’인 셈이다.
◇월 평균 25대…하루에 한 대꼴로 계약 성공=주인공은 한국GM의 영업사원으로 활동 중인 쉐보레 서울 구로대리점의 오신택 이사(52세).
인터뷰가 이어지는 날에도 그는 쉐보레 크루즈 한 대를 계약하고 허겁지겁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늘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의 첫 인상은 온화하고 편했다. 그는 자동차 영업만으로 몇 억대 연봉을 거머쥔, ‘쉐보레 최다 판매왕’이라는 선입견을 성큼 밀어내고 다가선다.
올해로 24년째 자동차 영업전선에 몸을 담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시작으로 GM대우를 거쳐 한국GM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한 길만 파고 있다.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한국GM을 대표하는 영업사원은 전국에 양 3100여명이다. 쉐보레는 해외 수출을 제외하면 연간 13만대 정도가 내수시장에 팔린다. 대량 납품을 제외하면 영업사원 1인당 월 3대꼴로 차를 파는 셈이다. 25대에서 30대를 오가는 오신택 이사가 어느정도 대단한 기록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가 처음 자동차 브로셔를 들고 막막한 심정으로 거리에 나선 때는 1989년. 고향인 강원도 홍천을 떠나 서울에서 처음 얻은 직업이 자동차 영업이었다.
물론 초기에는 단 한 대의 차도 못 팔았다. 생면부지의 서울 땅에서 자동차 브로셔를 가득 안고 거리에 나섰던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망막함뿐이었다.
몇 달 동안 계약이 없어 실적도 제로이기 일쑤였다. 그래도 열정은 가득했다. 자동차 영업으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뚜렷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 영업스킬과 고객을 맞대하는 방법도 경지에 이르렀다. 계약건수도 그때와 지금은 비교할 수 없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있다. 처음 영업에 뛰어들었던 그때나 지금이나 세일즈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휴일도 반납하고 매일 전화 통화만 수백통=세상이 부러워할만한 세일즈 비법은 단순하지만 추상적이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인맥으로 차를 팔지 않는다.
“휴일에도 꼬박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합니다. 내방고객만 만나는게 아니라 사무실에 나와서 하루에도 수백통씩 고객에게 전화로 연락을 합니다. 그렇게하면 꼭 1~2대는 계약이 이뤄지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바로 퇴근하는 일도 없습니다. 내일 만나야할 고객과 체크해야할 일정을 모두 확인하고나서야 퇴근합니다.”
그의 하루는 길다. 아직 동이 트기전인 6시30분이면 사무실에 들어선다. 하루 빠지는 날도 없다. 그렇게 밤늦도록 고객을 만나고 전화를 붙잡고 산다. 밤 11시까지 절대 넥타이를 풀어헤칠 일도 없다. 언제 고객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대씩 계약과 출고가 반복된다. 때문에 등록과 탁송업무를 맡을 전담 조력자를 옆데 두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그가 남의 도움을 받는 유일한 분야다. 그 외에는 모두 그의 손으로 직접 추진한다.
요즘 젊은 사원들처럼 이메일이나 휴대폰 메시지를 단체문자를 발송하는 일도 없다. 아직 컴맹인 탓에 이메일도 없다. 그는 오로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객을 만난다. 두툼한 수첩에는 고객과의 약속과 해야할 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역사인 셈이다. 이런 영업수첩만 지금까지 수십권에 이른다.
그가 처음 자동차 영업전선에 뛰어들었던 무렵과 요즘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는 조목조목 달라진 점을 풀어냈다.
“GM대우 때까지도 대우차 분위기와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쉐보레로 브랜드가 바뀌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많아진거죠. 또 온라인이 많이 발달한만큼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고객들이 더 많이 알고 계십니다. 영업일선에 선 저희들이 더 많이 공부해야하는 것도 이때문이지요.”
한 달에 수십대의 자동차를 판매하지만 정작 그는 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쪼개쓰는 그에게 고객과의 만남은 곧 실적으로 이어진다. 교통정체와 주차 등에 신경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30kg에 육박하는 그의 가방에는 브로셔 수백권과 계약에 필요한 서류가 가득하다. 직접 이 가방을 등에 메고 고객을 만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많은 고객이 차를 출고하면서 그를 만나기를 원한다. 비서를 통해 차를 탁송하면 차를 받지 않겠다는 고객도 있다.
그러다보니 올 여름 휴가도 반납했다. 몇 년만에 가족과 휴가길에 나섰지만 멀리 못가 다시 사무실로 차를 돌렸다. “난 ‘오신택’이가 없으면 절대 차를 받지 않겠다”는 고객 때문이었다.
그는 기꺼이 차를 돌렸고 말끔한 새차를 받아가는 고객의 뒷모습을 지켰다. 휴가는 반납했지만 그를 믿어주고 마지막까지 그에 대한 믿음을 원했던 고객은 그에게 행복이었다.
언뜻 남부러울 게 없는 삶으로 보였지만 정작 더 부러운건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그의 미덕이었다.
“제가 집사람을 참 잘 만났습니다. 제가 바빠서 신경을 못 써도 집 사람이 어려운 곳을 많이 돕고 있어요. 부산지역 장애우단체를 찾아 꼬박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의 지인은 “오신택 이사가 매월 어려운 곳을 돕고 있는 금액이 웬만한 신입사원의 급여보다 많다”고 귀뜸한다.
올해로 쉰이 넘었지만 여전히 가방에 전단지를 가득 꽂아넣고 상가와 사무동을 오르내린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전단지가 가득한 가방을 매고 다른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떠났다. 뒷모습을 바라보며 “열정과 인내에 따라 계약결과가 달라진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여겨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