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직후 만난 임창정은 “데뷔 후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실감한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우선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웃고, 관객들이 좋아해주니 웃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우니 웃는단다.
‘정말 그렇게 좋은가’란 질문에 “촬영 때는 정말 지옥 같았다. ‘임창정도 이런 연기가 가능할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일 던졌다. 다행히 개봉 전 편집버전을 수십 번을 봤는데 ‘욕먹을 수준은 아니겠구나’란 안도감은 들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릴러는 평생 자신과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마음은 항상 있었단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임창정은 “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가 맡겨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캐스팅 된 뒤에는 혹시 투자사에서 배우 교체를 거론할까봐 쥐 죽은 듯이 움츠린 채 무사히 촬영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손을 모으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영화지만 정작 촬영에선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감독의 주문이 그를 괴롭게 했다는 것. 그 주문은 단 한가지다. ‘절대 웃기면 안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임창정은 누구보다 활동적이었다. 액션 장면에서 대역 없이 몸을 던졌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부러진 상태로 달리는 자동차에 매달리는 장면을 안전장치 없이 소화했다. 현장 스태프들이 ‘미쳤다’고 말할 정도였단다.
임창정은 꽤나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일부 기사에서 ‘프로다운 선택이다’고 하던데, 그건 아니고 그냥 할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그냥 내가 빨리 끝나야 다들 쉴 수 있었으니 ‘얼릉 해치우자’란 생각도 강했다”며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말한다.
5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배우 임창정에게 스릴러란 멋진 옷을 선물해 준 김홍선 감독을 그는 ‘악마’라고 불렀다. 절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감독이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임창정은 “살다 살다 그런 악마 감독은 처음 봤다. 하하하. 물론 좋은 뜻의 악마다. 첫 촬영부터 모든 영화의 그림을 완벽히 꿰뚫고 있더라. 생긴 건 전혀 그렇지 않은데 정말 날카로운 감독이다. 하하하”라며 웃는다.
임창정이 데뷔 후 처음 경험한 ‘공모자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5개월 동안 ‘공모자들’로 살아온 임창정은 ‘악과 그 보다 더한 악의 얘기’라고 말한다.
영화 ‘공모자들’과 배우 임창정. 분명 범상치 않은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