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권오용 SK그룹 비상임고문 "올림픽 금메달과 기업"

입력 2012-09-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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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모하메드 파라가 남자 육상 1만미터에 이어 5000 미터 에서도 우승했다. 메인스타디움에서 유니온 잭을 휘날리며 주최국의 자존심을 한껏 살렸다. 그는 우승 직후 메인스타디움에 가득 찬 관중을 향해 세레모니를 했다. 두 팔을 벌려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I LOVE YOU’, 사랑의 표시다. 이 세레모니를 본 전 세계인들은 ‘저게 뭐지?’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안다. 그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 왔다 배워간 것 임을. 우샤인 볼트도 특유의 활 쏘는 모습에 이어 ‘하트’세레모니를 했다. 또 하나의 한류가 세계로 나간 순간이었다.

런던 올림픽을 빛낸 또 하나의 한류는 기술. 올림픽 개막식 행사 중 인터넷의 발명으로 세상과 사람이 어떻게 소통하는 지를 강조하는 대목에서 30여 명의 공연자들이 갤럭시SⅢ와 갤럭시 노트를 번쩍 들었다.

런던 올림픽 사무국의 개막식 총괄 마틴 그린은 “갤럭시SⅢ와 갤럭시 노트는 전 세계인의 폭넓은 소통을 도와주는 스마트 기기로 개막식의 가장 특별한 부분을 장식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또 하나의 한류가 있다.

비인기종목인 핸드볼과 펜싱 종목이다. 등록된 펜싱 선수라야 1450명 정도고, 남자 실업 핸드볼 팀은 5개에 불과하다. 펜싱 순수 애호가만 10만 명을 넘는 프랑스나 핸드볼 남자에만 30여 개의 실업팀을 운영하는 독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그런데 한국이 일을 냈다. 준비한 것은 소형 태극기와 풍선 막대, 그리고 유니폼과 같은 T셔츠였다. 응원단이라야 이들 종목 육성에 꾸준히 투자를 한 SK그룹 현지 주재원 중심으로 핸드볼은 20명, 펜싱은 10명 남짓이었다. ‘코리아 파이팅’과 선수이름 연호, 실점했을 때의 ‘괜찮아’ 두 번, 대~한민국의 구호와 박수. 그러나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펜싱에서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과의 경기만 있었다. 당연히 응원단도 우리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유럽관중들이 코리아를 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덩달아 박수를 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펜싱에서 금메달 2개를 따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여자핸드볼이 강호를 연파하고 4강에 오른 것은 응원이 한 동력이었다고 믿는다.

한류가 1차, 2차, 3차로 확산되면서 극적인 진화가 이뤄진 부분이 태권도다. 태권도는 제자리 뜀뛰기, 편파판정시비, 한국의 메달 싹쓸이로 인해 올림픽 퇴출후보 1순위로 꼽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태권도는 런던올림픽에서 면모를 일신했다. 경기장을 가로세로 10m에서 8m로 줄이고 10초 이상 공격하지 않으면 경고를 줘 수비 위주의 경기를 차단했다. 공격 부위별 차등점수제는 역전 가능성을 높여 박진감을 더 했다.

흥행은 쏠쏠했다. 6000명을 수용하는 태권도 경기장은 빈 자리가 드물었다.금메달 8개를 8개국이 나눠 땄고, 21개국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금1, 은메달 1개로 역대 최저 성적을 냈다. 그러나 태권도의 지속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한류의 진화된 미래였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기준으로 5위(13개국), 총 메달 기준으로 9위(28개)에 올랐다. 종합 국력으로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슈퍼 파워 임을 인정한다면 이들이 거둔 1위, 2위 성적은 올림픽메달 수가 국력과 무관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네이션랭킹(Natoin Ranking) 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표한 2011년 한국의 종합국력은 11위. 올림픽 종합 메달 수와 엇비슷한 순위다. 세부항목을 보면 경제력 11위, 군사력 14위, 외교력 12위, 기술력 4위, 호감도 26위였다.우리의 국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여기서 보인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13개의 금메달 중 SK, 현대자동차, 한화그룹이 협회 회장을 맡아 운영한 펜싱, 양궁, 사격에서 8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전체 메달 29개 중 79%인 22개가 10대 기업의 후원 종목이었다. 한 여름밤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고 감동시켰던 런던 올림픽에 기업의 흔적은 이렇게 다가왔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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