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초반 분위기는 ‘피에타’가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 6일 개봉 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9일 새벽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일관객동원수와 좌석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13일 현재 누적 관객 수는 17만 여 명. 박스오피스 역시 2위로 뛰어올랐다.
개봉 당시 153개 스크린에 479회 상영 횟수를 기록한 ‘피에타’는 수상 소식 다음 날인 10일238개 스크린에 765회 상영 횟수로 증가했다. 12일(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90개 스크린에서 총 1026회 상영 횟수를 기록하며 ‘퐁당퐁당’(한 개 스크린에서 다른 영화와 시간대별로 교차 상영을 의미하는 영화계 은어)에서도 벗어난 듯 보인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열린 베니스영화제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기록을 위해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도둑들’”이라며 대기업 배급사들의 횡포에 직격탄을 날렸다. 황금사자상 수상과 김 감독의 쓴소리와 마니아층이 두터운 김 감독의 팬들이 움직인다면 상영관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피에타’의 총 제작비는 8억 5000만원. 손익분기점은 25만명 선이다.
‘피에타’의 돌풍을 잠재울 상대는 ‘월드스타’ 이병헌의 첫 사극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다. 13일 개봉하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전일 예매율은 무려 47.5%에 달한다. 2위인 ‘레지던트 이블5: 최후의 심판’(16.9%)을 세 배 가량 앞선다.
이병헌의 1인 2역 연기에 대한 호평과 영화에 대한 완성도 그리고 올해 사극 열풍까지 더해지며 ‘광해, 왕이 된 남자’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위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인 배급 선언도 눈길을 끈다.
당초 19일 개봉에서 일주일을 앞당긴 13일로 확정하면서 일선 제작 현장 및 개봉 대기 중인 소규모 영화들의 비난이 집중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CJ엔터 측이 개봉 일을 변경한 것은 그만큼 ‘광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증거다.
CJ엔터 측은 올해 ‘연가시’의 투자 배급을 담당하면서 꽤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100억대 대작 ‘알투비:리턴투베이스’의 예상 밖 부진을 겪었다. CJ엔터 측 관계자들의 책임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작품의 완성도나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 등 호평이 쏟아지고 있어 상당한 흥행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개봉 시기에 비슷한 규모와 장르에서 중첩되는 영화도 없다. 결국 CJ엔터 측은 계열사인 CGV를 통해 대규모 배급을 계획 중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손익분기점은 300만명 선이다.
베니스 효과로 불릴 정도로 ‘피에타’의 초반 흥행세가 무섭다. 김기덕 감독이 대기업의 스크린 독점을 지적했다. 영화팬들 역시 김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월드스타 이병헌의 변화무쌍한 캐릭터 연기가 압권이다. ‘제2의 왕의 남자’란 찬사도 들려오고 있다. ‘사극은 재미없다’는 고정 관념을 깬 영화가 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피에타’ 그리고 ‘광해, 왕이 된 남자’. 영화팬들이 어느 쪽으로 줄을 설지 예측하는 것도 9월 극장가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