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이슬람 영화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이집트·리비아를 넘어 예멘 등 이슬람권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란 수단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심상치 않은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1일(현지시간) 리비아 무장 세력의 벵가지 소재 미국 영사관 공격으로 리비아 주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가 사망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슬람권 국가 소재 외교 공관의 경비와 자국 외교관 및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리비아 인근 해상에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2대를 배치하고 무인 정찰기를 활용해 무장 세력 추적·감시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수도 트리폴리의 미국 대사관 경계를 위해 40여명의 반 테러 엘리트 해병대부대인 FAST를 파견했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도 현지에 요원들을 보내 리비아 대사관 피습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이집트 카이로의 외교 공관에 대한 경계도 강화했다.
카이로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에항의하는 시위가 이날도 이어졌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은 14일 전국 주요 모스크에서 예배를 마친 뒤 영화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은 평화 시위를 공언하고 있지만 폭력 시위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과 이집트 당국은 긴장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예언자 무하마드를 모욕한 미국 영화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에 한때 난입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란 테헤란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위스 대사관 앞에서 대학생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대학가의 반서방 과격단체인 ‘이슬람학생협회’가 주도했다.
북아프리카 수단과 모로코, 튀니지 소재 미국 외교 공관 앞에서는 전날 해당 영화 내용을 규탄하고 미국 측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모로코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모인 청년 300∼400명이 미국 영사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유엔본부 앞에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일컫는 소수 살라피스트 그룹이 이끄는 시위가 열렸다.
나이지리아는 영화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가 중부 조스에서 일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세계에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집단행동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정부 관리들은 국민에게 종종 시위로 발전하는 금요일 기도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말레이시아 소재 미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권고문에서 “카이로와 벵가지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볼 때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시위가 일어날 공산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