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곽도원 "'점쟁이들' 로 한 쪽 눈 잃을 뻔 했지만"

입력 2012-09-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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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방인권 기자
이 배우 2년 전 극장에서 처음 봤다. 영화 ‘황해’에서다. 큰 비중의 역할은 아니었지만 스토리 전체의 흐름을 쥔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연기에 일부 영화팬들은 “정말 깡패인가”라는 질문을 온라인에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황해’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은 친분이 두터운 윤종빈 감독에게 영화 편집 본을 보여줬단다. 윤 감독은 눈을 반짝이며 이 배우의 이름을 물었다. 그리고 올해 초 개봉해 큰 화제를 모은 ‘범죄와의 전쟁’에 그를 캐스팅했다. 배우 곽도원이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점쟁이들’에서 귀신을 보는 심인스님으로 그는 출연한다. 스님이라 머리를 깎았을까. 다행히도 치렁치렁 머리를 기른 파계승이란다. 지난 1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덥수룩한 머리였다. 그는 “아직은 돈 좀 벌어야 된다. 다음 작품이 소지섭과 함께 하는 ‘회사원’인데, 이 외모에 머리까지 깎으면 지섭이한테 너무 밀리지 않나”라며 카페가 떠나갈 듯 웃는다.

이 배우 대체 어디서 뚝 떨어졌나.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유령’에서의 ‘미친소’ 캐릭터는 코미디와 스릴러 액션을 혼합한 보기 드문 역할이었다. 이전 ‘범죄와…’에선 어땠나. 영화계 톱스타 중의 톱스타 최민식의 엉덩이와 머리를 사정없이 걷어차고 때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황해’에선 실제 깡패 두목이 아닐까 하는 자연스런 연기로 주목을 끌었다.

▲사진 = 방인권 기자
곽도원은 “90%의 운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것 같다”며 다시 카페가 떠나갈 듯 웃는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긴 무명 생활을 겪었다. 남들처럼 번듯한 대학 연극영화과도 나오지 않았다. 고교 졸업 후 무작정 극단에 들어가 연극판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긴 무명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정말 내성적이었다. 반에서 있어도 모르는 그런 아이들 있지 않나. 그게 나였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지금의 내가 됐다. 정말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상상도 안된다”며 연신 너털웃음이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은 ‘황해’다. 정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단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한 수백 번은 오디션에서 낙방했다”면서 “‘황해’ 오디션이 있던 날도 집에 있었는데 ‘가면 뭐해 떨어질텐데’라며 잠을 자고 있었다. 근데 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일어나 병규야(곽도원 본명)’라며 소리를 치시더라. 그길로 단숨에 뛰어갔고 결국 ‘김승현 교수’ 역을 따냈다”며 신기해했다.

당시 인상적인 그의 연기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빠르게 퍼졌다. ‘황해’의 연출자 나홍진 감독과 친분이 있던 윤종빈 감독이 그를 눈여겨보고 ‘범죄와…’에 캐스팅했다.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고, 결국 지금의 소속사도 생겼다. 그는 “정말 신기하지 않냐”며 반문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사진 = 방인권 기자
새 영화 ‘점쟁이들’에선 단박에 주연급으로 격상됐다. 20년 가까운 연기 생활 첫 주연이다. 귀신을 보는 파계승으로 출연한다. 너무 기분이 좋게 작업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부상도 당했다. 한 쪽 눈을 잘못하면 잃을 뻔했다고.

그는 “한쪽 눈에 미국에서 공수해온 특수렌즈를 끼고 촬영했다. 근데 바닷가에서 촬영이 많다 보니 렌즈에 모래가 들어간 것을 모르고 계속 찍은 거다. 눈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대체 눈에 무슨 짓을 한거냐’며 크게 화를 내더라”며 다시 웃었다.

인터뷰 내내 너털웃음이다. 낙천적인 성격과 특유의 긍정 마인드가 지금의 곽도원을 단단하게 만든 듯하다. 운도 참 많이 따른 것 같다. 운도 믿고 신도 믿을까.

▲사진 = 방인권 기자
곽도원은 “‘점쟁이들’을 찍으면서 실제 무당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분들에겐 일종의 신념인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현실의 부당함을 탓하기 보단 그 안에서 내 길을 찾아 온 것 같다. 물론 신도 믿고 귀신도 믿고 외계인도 믿는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나 자신의 몫이다. 그게 나 곽도원이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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