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예상치인 3.6%에서 2.5%로 대폭 내려 잡았다. 넉 달 새 1%포인트 이상 낮춘 것이다.
KDI는 17일 ‘2012~2013년 국내경제 전망’ 자료를 통해 “올해는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수출과 내수 모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KDI는 1년에 5월과 11월 두 차례 각각 하반기와 내년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9월에 전망치를 수정해 추가로 발표했다.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기가 회복 움직임은커녕 침체의 속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DI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4.2% 성장한 이후 3분기 연속 둔화 추세를 지속하며 올 2분기에는 2.3%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 대비로는 올 2분기 0.3%를 기록하며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바탕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교역조건 안정 및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내수도 개선추세가 이어지면서 3.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전망치 4.1%보다는 0.7%포인트 낮다.
부문별로 보면 경상수지는 올해 32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흑자규모가 290억 달러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다만 상품수지는 올해 29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보인 후 내년에는 세계경제 성장세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340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상품수출은 물량기준으로 올해 2.7%로 하락한 후 내년에는 8.5%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경기둔화 및 보육료 지원 등의 정책효과 등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해 2.1%를 기록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내년 물가는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하락 요인이 일부 존재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상승세가 소폭 확대되며 2.4%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올 1.9%의 증가율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유가 안정 등 소비여건 개선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3.4%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시장은 연평균 35만명 내외의 취업자 증가 추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올해 투자수요 위축 등으로 전년에 비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2.9%로 예상됐다.
그러나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설비투자는 대내외 수요 확대 및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재 수입비용 감소 등을 배경으로 5.5%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부진 지속 등으로 올해 -0.2%의 증가율을 기록한 후 2013년에는 건축부문의 완만한 회복세를 바탕으로 2.3%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에 KDI가 성장률을 2% 중반으로까지 하향조정함에 따라 정부 전망치인 3.3%의 경제성장률 달성은 물 건너 간 것이 확실시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25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수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면 정부도 기존 전망치를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