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중국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정부의 불법적인 보조금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도 미국을 WTO에 제소하며 맞불을 놓았다.
미국은 중국이 지난 2009~2011년에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의 불법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중국 부품수출의 약 60%가 혜택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선거 경합주이며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오하이오주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행위는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하고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쳤다”면서 “우리는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이날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로 24개 제품에서 총 72억 달러어치의 타격이 발생했다며 미국을 제소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 3월 수출보조금에 대한 보복관세(상계관세) 권한을 미국 상무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중국은 이 법안이 WTO 규정에 어긋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선단양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지난 2006년 이후 법적 근거 없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30여건의 조사를 했다”면서 “미국은 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불확실한 미국의 법적 환경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의 한 관리는 “중국은 미국과의 분쟁을 협의로 풀고 싶다”면서 “그러나 협의에 실패하면 WTO에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최소 60일간 분쟁조정협상을 벌여야 한다.
미국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표심을 노린 ‘중국 때리기’가 이어지고 이는 다시 양국의 갈등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하이오주에서 자동차부품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5만42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2.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64년 이후 대선 때마다 항상 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승리는 대선에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오바마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버스투어에 나섰을 때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33억 달러어치의 관세를 부과해 WTO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중국 정부를 제소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던앤어소시에이츠의 마이클 던 대표는 “오바마 정부의 제소 시점은 매우 정치적”이라며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은행 대출과 낮은 전기요금, 환율 관리 등으로 수출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