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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7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예상치인 3.6%에서 2.5%로 대폭 내려 잡았다. 넉 달 새 1%포인트 이상 낮춘 것으로, 연간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7만개, 가구 소득은 0.5%, 정부 세수 2조원 정도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내년 전망치도 3.4%로 지난 5월 전망치 4.1%보다 0.7%포인트나 낮췄다.
특히 이번 KDI의 전망치는 최근 8월 이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한 국내외 연구소들보다 더 비관적이다. 해외 10대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올 9월 초 기준 평균 2.6%로 KDI 전망치 2.5%보다 높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달 29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3.5%에서 0.7%포인트 낮춘 2.8%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달 15일 올해 성장률을 2.6%로 내다봤다. 통상 KDI는 민간연구소들보다 경제 전망을 더 긍정적으로 내놓는 것에 비춰볼 때 경기침체의 정도가 더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KDI는 또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각각 하반기와 내년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9월에 전망치를 수정해 추가로 발표했다. KDI가 중간보고서 형식으로 전망치를 수정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2009년 한국의 성장률이 0.3%까지 떨어졌을 때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기가 회복 움직임은커녕 침체의 속도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의 저성장세가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미국·유럽 등이 영구적으로 성장률이 내려갈 것이라는 대외적·일시적 요인 외에도 고령화·저출산·자산디플레이션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하락 추세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KDI가 성장률을 3%대에서 2% 중반으로까지 하향 조정함에 따라 정부 전망치인 3.3%의 경제성장률 달성은 물 건너 간 것이 확실시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25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수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KDI는 정부의 내년 균형재정 기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내년은 경기가 좋지 않아 균형재정이 힘든 상황에서 정부는 균형재정에 집착하지 말고 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