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설이 나돌았던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일단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표면화된 정부와의 갈등을 의식한 탓인지 김 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17일,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 등 한전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경영방침까지 바뀐 것은 아니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김 사장의 교체설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김 사장은 취임 1년 동안 공격적인 경영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취임 목표로 내걸었던 ‘흑자전환 원년의 해’ 달성을 위해서였다. 해외 사업 확대와 고강도 자구 노력 등 일부에서는 김 사장의 왕성한 활동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을 앞세운 무리수는 김 사장의 행보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격이 되고 말았다는 게 한전 안팎의 평가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취임 이후 전기요금을 두차례나 인상했다. 그러나 인상폭에는 적잖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상요구안의 3분의 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와 비용평가위원들을 상대로 한 한전의 4조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 방침은 결국 정부를 발끈하게 했다. 교체설의 배경이 됐다.
당시 지경부 한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가 온전히 한전의 부실경영이라고 탓하는 지경부 관계자는 한 명도 없다”면서 “공공기업 CEO의 본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전기요금 인상은 김 사장 만의 요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김 사장의 정도가 심했다는 게 과천 관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요금인상에 대한 명분도 그 어느 때보다 약했다.
현재 한전은 소송방침을 접었다. 김 사장 교체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소송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의 잦은 마찰로 김 사장의 입지는 현격하게 위축됐다. 지경부 내에서도 김 사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전해진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장의 교체와 관련 “대화로 모든 걸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뒤집으면 그동안 대화가 원만치 않았다는 의미다.
취임 2년차를 맞는 김 사장에게 불통CEO 이미지 극복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다.